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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조응천 “정윤회·3인방이 유신시대 ‘윤필용 사건’ 같은 일 하고 있어”

등록 2014-12-12 01:04수정 2014-12-12 14:19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응천 전 비서관 인터뷰
“청와대 파견 검사가 오 행정관에게
‘조응천이 문서 작성·유출 주도한 게
맞지 않느냐’며 서명날인 강요…
왜 조응천 감싸고도냐
당신을 언제까지 봐줄 수 있겠냐
압박했다고 하더라”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11일 <한겨레>와 전화 통화에서 “청와대 3인방이 나를 문서 작성과 유출 주도자로 지목하고 있는데, 정윤회씨도 검찰에서 똑같은 이야기를 다른 버전으로 말했다. 나는 정씨가 그들과 대책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조 전 비서관은 ‘정윤회씨 국정 개입’ 문건 파문의 핵심 당사자이자 현재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거의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청와대와 검찰이 이번 파문의 최종 책임을 자신에게 물으려는 방향으로 흘러가자, 조 전 비서관이 ‘정윤회씨 국정 개입’ 보고서에 언급됐던 ‘청와대 3인방과 정윤회씨’의 관계를 다시 꺼내든 것이다.

다음은 조 전 비서관과의 일문일답이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당신과 일했던 오아무개 행정관이 문건 유출과 관련해 특별감찰을 받았다.

“이번 <세계일보> 보도 뒤, 오 행정관은 지난주 청와대에서 특별감찰을 받았다. 청와대에 파견돼 있는 검사가 감찰을 진행했는데 그는 오 행정관에게 ‘정윤회 문건 작성 및 유출 과정 전반을 조응천 전 비서관이 주도한 게 맞지 않느냐’면서 서명날인을 하라고 강요했다고 한다. 오 행정관이 말이 안 된다면서 안 하겠다고 하자, 검사는 ‘왜 조응천을 감싸고도냐. 그가 당신을 어디까지 봐줄 수 있겠느냐’고 압박했다고 한다. 밤 12시 반까지 승강이를 하면서 서명날인을 강요하자, 오 행정관은 검사에게 ‘이런 식으로 살지 말라’며 싸우고 나왔다고 하더라. 이는 증거조작이자 거짓진술을 강요한 것이다.”

-청와대는 당신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7인 모임’이 문건 유출 주범이라고 보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나는 ‘7인 모임’ 멤버로 거론되는 <세계일보> 기자는 알지도 못하고, 나머지는 각각 알기는 하지만 그런 관계가 전혀 아니다. (보도를 보면) 국정원과 검찰 출신이 정보수집을 하고, 현직 행정관 둘이 청와대 안에서 내 지시대로 손발이 돼 움직이며, 변호사가 문건을 만들고, 연락책도 둔 조직처럼 됐다. ‘조응천을 수괴로 하는 청와대 내 반브이아이피(VIP·대통령) 비밀결사조직’을 내가 만든 것으로 돼 있다. 그 뒷배는 대통령 동생임에도 불구하고 힘도 못 쓰고 뒤로 밀려난 박지만 회장이라는 것이다. 생각을 해보라. 국정원 1급이 검찰 6급을 왜 만나겠나. 말이 안 된다.”

-모든 게 날조됐다는 것인가?

“저쪽(청와대)은 없는 걸 만들어 뒤집어씌우고 있다. 사실이라면 그들이 잘하는 고발이나 수사의뢰를 해서 정식으로 하면 된다. 그러면 내가 무고라고 반격할 수 있다. 그런데 비공식적으로 (검찰에) 수사의뢰를 했다는 기사가 나왔다가, 굳이 청와대가 그게 아니라고 확인까지 했다. ‘조응천이 다 지시했다’는 식으로 냄새만 풍기며 끌고 가는 것이다.”

-이른바 ‘7인 모임’에서 박지만 회장 쪽으로 보이는 이지그룹 소속 전아무개씨가 눈에 띈다.

“박지만 회장을 꼼짝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전아무개는 선거 때부터 나와 함께 고생한 사람이다. 청와대에 들어갔더니 대통령 친인척을 맡을 팀이 없어 그때마다 전씨한테 부탁했다. 그래서 전씨를 대통령 친척 관련 관리 업무를 맡도록 청와대 직원으로 불러들이자고 요청했는데, 정호성 비서관이 ‘걔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 내가 보기엔 ‘박지만 사람’이 오는 건 싫다는 것 같았다.”

-박지만 회장에게 문건을 제시했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달라.

“(지난 4월 중순에 청와대를 그만둔 뒤) 5~6월께 청와대 문건이 박스째 외부로 유출된 걸 알게 됐다. 이게 보도되면 큰일난다 싶어서 처음엔 박 회장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해서 청와대가 회수에 나서도록 하려 했다. 내가 다리를 놔 <세계일보> 기자가 박 회장을 만났다. 그때 <세계일보> 기자가 정보 입수 경로의 얼개를 대략 정리한 것과 함께 자기들이 입수한 문건 중에서 박지만 회장과 관련된 100여장의 문서를 전달했다더라. 그때 박 회장 쪽에서 녹취를 했다고 한다. 그 녹취록을 며칠 전에 검찰에 제출했다더라. 당시에 문건을 전달받은 박 회장은 내 바람과 달리 꼼짝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대통령과 잘 통하는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에게 오 행정관을 통해 문건을 전했다.”

-정 비서관은 어떻게 반응했나?

“정호성 비서관에게 6쪽짜리 보고서와 (유출) 문건 뭉텅이 100여장을 보냈는데 그는 자꾸 출처가 어디냐고만 묻고, 출처 얘기 안 하면 한발짝도 못 나간다 했다. 그래서 내가 권오창 공직기강비서관한테 전화를 걸어 ‘그 문서 내가 보낸 것이다. 누가 보냈으면 그게 무슨 문제냐. 너희가 비서가 맞냐’며 고함을 질렀다. 김영한 민정수석이 임명받았을 때도 그한테 전화를 해서 유출 문건 대책을 세우라고 말했다.”

-박관천 경정(전 행정관)이 서울지방경찰청 정보분실에 맡겨두었다가 유출됐을 가능성은 없다고 보나?

“만약 거기서 유출된 거라면, 나는 완전히 속은 것이다. 박 경정은 박 회장 근처에 모이는 ‘×파리’ 제거 작업을 했다. 내가 나중에 청와대에서 쫓겨난 뒤, 이중희 전 민정비서관이 ‘박관천이 출력을 많이 했더라’고 했다. 내가 ‘다 갈았을 텐데(파쇄)’라고 했더니, ‘네가 몰라서 하는 얘기’라고 하더라.”

-박 경정은 뭐라고 하던가?

“펄쩍 뛰더라. 박 경정은 ‘출력은 다 했다. 그러나 따로 메모를 하고 출력한 건 다 갈았다’고 하더라. 만약 (박 경정을 유출자로 지목하는) 검찰 수사가 맞다면 박 경정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계속 (나한테)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윤회씨가 ‘박 경정은 ‘위에서 지시한 대로 타이핑만 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지난달 28일 <세계일보>에 정윤회와 십상시 문건 기사가 나오고, 이튿날 <조선일보>에 박 경정이 정보분실에 갖다놨다는 기사가 나왔다. 박 경정이 그 주말에 모든 전화를 다 받아서 ‘저는 들고 나간 적 없다’고 답변했다. 그 와중에 ‘정윤회입니다’ 하고 전화가 걸려왔다더라. 정윤회씨가 박 경정 번호를 어떻게 아나? 정윤회씨가 사실관계를 물었을 텐데, 박 경정이 ‘저는 실무자다. 저는 알지도 못하고 말씀도 못 드린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박 경정은 ‘그걸 갖고 (정씨가) 저렇게 얘기를 했다’고 하더라.”

-청와대가 ‘7인 모임’이라는 걸 날조했다고 생각하나?

“당연하다. 박 경정을 쪼아서 ‘모든 게 조응천이 시켜서 그런 거 아니냐’라며 내게 걸어버리면, (굳이 ‘7인 모임’이라는 걸 만드는) 이럴 필요가 없다. 그러나 팩트가 아니라서 그렇게 못하니까, 없는 걸 만드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7인 모임’ 작성에 정윤회씨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나?

“청와대가 오 행정관한테 작성 및 유출 전반에 걸쳐 조응천 비서관이 주도했다는 걸 서명날인하라고 계속 강요했는데, 정윤회씨도 같은 얘기를 한다. ‘7인 모임’이라는 것도 그걸 뒷받침하기 위한 스트럭처다. 정윤회씨가 이 내용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밖에 나는 안 들린다. 청와대 얘들하고 대책을 만들었을 것이다, 난 그 생각이다.”

-지금 어떤 느낌인가?

“얼마나 부도덕하고 위험한가.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박정희 전 대통령 때 윤필용 사건이 떠오른다.”

석진환, 김외현, 하어영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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