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부곡동 하늘공원 납골당에 안장된 단원고 희생자 이건계군 납골함에 11일 이군의 사촌동생이 손편지를 붙이고 있다.
안산/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난 14일 오후 2시 경기 안산시 상록구 부곡동 하늘공원. 한 어머니의 울음소리가 빗소리와 뒤섞였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아이들의 영정과 유골이 안치돼 있는 제단 위에는 꼬치와 귤을 올려뒀다. 어머니는 한 아이의 영정을 들여다보며 멈추지 않는 울음을 토해냈다. 우산을 쓰고 지나가던 한 50대 남자가 안타까운 듯 눈물을 흘리는 이 어머니를 바라봤다.
안산 하늘공원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이 가장 많이 있는 곳이다. 단원고 학생 99명의 유골이 모여 있다. 아이들의 유골함 유리와 제단에는 요구르트와 컵라면, 과자, 꽃, 핫패드, 챕스틱 등이 놓여 있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흘렀지만 유골함에는 아직도 아이들을 그리워하며 쓴 쪽지글이 붙어 있다.
‘유쾌한 장난꾸러기 채원아, 우리 요즘 자주 만난다 그치? 생일날 많은 이야기 나눠서 좋았어.’ 단원고 2학년 2반 길채원양의 유골함에는 한 선생님이 이런 쪽지글을 붙여놨다. 채원이의 생일은 지난달 21일이었다.
2학년 6반 고 최덕하군의 어머니는 유골함에 ‘오늘은 뭐했니? 하늘나라에선 뭐하고 있니? 엄마는 오늘도 네 생각에 그립구나. 잘생긴 내 아들, 사랑한다’는 쪽지글을 붙여놨고, 2학년 9반 이보미양의 유골함에는 한 친구가 ‘보미야, 안뇽? 잘 지냈지? 난 잘 지내고 있다. 걱정하지 말고 거기서는 푹셔. 그리고 사랑해’라고 써 붙였다.
경기 화성시 향남읍 효원납골공원에도 62명의 세월호 희생자들이 모여 있다. 효원납골공원 3층의 한 방에 들어가자 단원고 학생 46명과 김초원·이해봉 교사의 유골함이 있었다. 세월호 참사가 난 4월16일이 생일인 김초원 교사의 유골함에는 ‘생일 축하한다’는 쪽지글이 붙어 있었다.
안산 화랑유원지에 있는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는 1년이 지난 지금도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조문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는 하루 수만명의 조문객이 찾았지만, 점점 발길이 잦아들었다. 요즘 평일에는 하루 500명, 주말에는 하루 2000명 정도가 조문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세월호 1주기인 16일 오후 2시 유가족과 시민들이 참여하는 합동분향식이 열릴 계획이다.
안산/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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