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14번 환자와 같은방
확진 판정 엿새 뒤에야 소재파악
매뉴얼과 달리 기침도 없어
당사자, 감염 모른 채 서울→부산
지하철·식당·동네병원 등 오가
확진 판정 엿새 뒤에야 소재파악
매뉴얼과 달리 기침도 없어
당사자, 감염 모른 채 서울→부산
지하철·식당·동네병원 등 오가
부산의 첫번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자인 81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해 있던 14번 환자와 함께 있었는데도 삼성서울병원과 질병관리본부가 이를 제때 파악하지 못하는 바람에, 메르스 청정지역이던 부산에 메르스가 상륙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1일 부산시의 말을 종합하면, 7일 오후 6시께 메르스 감염 81번 환자로 확진된 박아무개(61)씨는 지난달 26~28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자형을 사흘 동안 조카와 번갈아 간호했다. 같은 장소엔 11일 현재까지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거나 방문한 55명을 감염시킨 14번 환자가 입원중이었다. 지난달 27~29일 이 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던 14번 환자는 지난달 30일 메르스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박씨가 삼성서울병원에 있었다는 사실은 지난 5일에야 밝혀졌다. 경기도 부천시 소사보건소에서 같은 날 밤 11시10분께 부산시에 전화로 통보했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과 질병관리본부가 14번 환자가 확진을 받은 지난달 30일 이후 엿새 동안 81번 환자가 응급실에 있었다는 것을 몰라, 박씨를 자가격리시키지 않은 것이다.
보건당국이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자신의 감염 사실을 모르고 있던 박씨는 1일까지 부천시의 누나 집에 머무르다, 2일 오전 9시46분 경부고속철도 광명역에서 12호 객실에 탑승해 낮 12시12분께 부산역에 도착했다. 이후 그는 부산도시철도를 타고 16분 동안 이동해 괴정역에 내렸으며 ㅁ식당과 약국, 동네병원, 동아대병원 등을 오가다가 6일 오전 11시50분께 부산의료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박씨와 접촉자 40여명도 자가격리 조처를 받아 집에서 나오지 못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박씨의 증상은 질병관리본부 매뉴얼에 맞지 않았다. 매뉴얼엔 메르스 의심환자는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되어 있지만, 박씨는 기침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부산시가 매뉴얼에만 의존해 소극적으로 박씨를 관리했다면, 박씨는 중증 상태에서 격리됐을 것이다. 박씨가 자칫 4차 감염이나 지역감염의 주범이 됐을 수도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삼성서울병원과 질병관리본부가 14번 환자의 확진 판정일인 지난달 30일부터 1일까지 보호자 연락처와 폐회로텔레비전을 통해 박씨의 신분을 알아냈다면 박씨는 부천시 누나 집에서 격리조처됐을 것이고, 부산은 확진환자가 없는 청정지역으로 남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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