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아 지난 1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여러 가지 사태를 파악하고 취해야 될 조치의 여러 내용과 수준에 대해서는, 지휘권자가 갖고 있는 고유한 판단의 몫이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부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응과 관련해 “최종 결정권자는 중앙정부로 따지면 대통령이고, 서울시로 따지면 서울시장”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메르스 대응 컨트롤타워를 전문가한테 맡기면서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이 최종 결정을 하게 됐는데, 이것이 옳았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다.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간접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시장의 이런 발언은 서울시가 메르스 사태 수습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전문가와 현장 관계자의 회고, 경험담, 극복 과정을 기록으로 남긴다는 취지로 실시한 심층 인터뷰 전문에 담겼다. 서울시는 박 시장 등 20명의 심층 인터뷰 내용이 담긴 이른바 ‘메르스 징비록’을 5일 공개했다. 인터뷰는 외부 업체에 맡겨 실시했다. 박 시장은 인터뷰에서 “지난달 4일 ‘심야 브리핑’은 직접 판단해 결정한 것”이라며 “(최종 결정권자는) 통찰력, 판단력, 실행력,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하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장덕진 서울대 교수(사회학)도 비슷한 지적을 했다. 장 교수는 “(전문가에게) 초동대응의 권한은 주되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모든 권한을 동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대통령이 컨트롤타워의 장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특히 “사태를 앞장서서 해결하는 게 중요한데 해결하는 게 아니라 대통령을 보호하려고 하는 식의 소통만 도드라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즉각적인 소통이 아니라 정치적인 거 잴 거 다 재고, 사태를 책임져야 할 대통령이 사태를 평가하고 심판하는 사람의 역할을 한 부분은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메르스 위기경보 단계에 대해서도 “만약 제가 최종 결정권자였다면 저는 아마 한 단계는 더 올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역사회 감염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메르스 위기경보 단계를 ‘주의’로 계속 유지해왔다. 박 시장은 “지역감염이 결과적으로는 확증이 안 되었지만 상당히 가능성이 있었고, 전국적으로 이미 퍼졌다. 이럴 때에는 주의에서 경계, 심각 단계로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음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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