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올림픽기념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단원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장이 텅 비어 있다.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들이 사용하던 ‘존치교실’을 재학생들에게 돌려줄 것을 요구하는 ‘단원고등학교 교육가족 일동’ 30여명은 이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막았다. 안산/연합뉴스
이전 요구 재학생 학부모들 행사 저지
16일 열기로 한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의 2016년 신입생 입학설명회(오리엔테이션)가 무산됐다.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들이 사용하던 교실(이른바 존치교실)을 비워줄 것을 요구해온 일부 학부모들이 신입생들의 입장을 가로막으면서다.
이들은 존치교실로 인해 재학생들이 우울감, 억압, 죄책감 등으로 정상적인 교육을 받기 어려운데도 경기도교육청 등 당국이 이를 방관만 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단원고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재학생 학부모 30여명은 이날 오후 2시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열릴 예정이던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미리 들어가 안에서 출입문들을 모두 걸어 잠그고 신입생들의 입장을 막았다. 학부모들은 또 행사 관계자들이 교과서를 들여오려 하자 몰려나가 교과서 배송을 막았고, 신입생들에게 성명서를 나눠준 뒤 돌려보냈다.
앞서 이들은 지난 15일 ‘단원고등학교 교육가족 일동’ 명의의 성명서를 내어 “존치교실 때문에 정상적인 교육을 받기 어렵다. 존치교실을 학교의 주인인 재학생들에게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신입생 행사는 물론 재학생 방과후수업, 교직원과 추모교실 방문객을 포함한 모든 학교 내 출입, 학교운영위원회와 새 학년도 준비 교직원 연수 등도 저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존치교실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전까지 당시 단원고 2학년 희생 학생들이 사용하던 10개 교실인데, ‘참사의 교훈을 잊지 말자’는 취지로 ‘기억교실’로도 불린다. 도교육청과 단원고는 명예졸업(지난달 12일) 때까지 교실을 존치할 예정이었으나, 유가족과 시민단체는 영구 보존을 요구하고 있다. 단원고 ‘기억교실’을 그대로 두면 다음달 2일 입학하는 신입생 301명(12학급)이 사용할 교실이 부족하고 기존 교실을 활용해도 8개 교실이 더 필요한 실정이다.
도교육청은 ‘기억교실’ 집기와 희생자 유품을 안산교육지원청으로 임시로 옮겼다가 단원고 인근 부지에 ‘4·16민주시민교육원’을 지어 복원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으나, 유족들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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