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경북 성주군 성주읍 경산리 성주군청 앞에서 배정하씨가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과 함께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성주군 제공
“사드 배치 문제에 원래 무관심했어요. 그런데 0.1%만 몸에 나쁘다고 해도 자식한테 안 먹이려고 하는 게 엄마 마음이잖아요. 성주에 사드 배치가 결정되면서 내 아이들의 일이 돼버리니까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요.”
14일 오전 9시30분께 경북 성주군 성주읍 경산리 성주군청 앞에서 주민 배은하(41)·정하(39)씨 자매가 1인시위를 시작했다. ‘내 아이 생명을 위협하는 사드를 결사반대한다’라고 적힌 팻말을 목에 걸었다. 아이들도 엄마 옆에 섰다. 은하씨는 딸 셋, 정하씨는 아들과 딸을 둔 평범한 어머니다. 이날 오후부터는 주민들도 이들의 시위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국방부가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를 경북 성주에 배치하겠다고 공식 발표하자 성주에선 ‘젊은 어머니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 12일부터 매일 저녁 8시 성주군청 앞에 모여 촛불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수백명의 주민들이 나와 촛불을 들었다. 주민들이 만든 ‘사드배치 절대 반대 카카오톡 그룹채팅방’에는 1300여명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재동(48) 성주군농민회 회장은 “30~40대 젊은 어머니와 아버지들이 아이들과 함께 많이 나오고 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이용해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자발적으로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성주군청 앞에선 김항곤 성주군수와 배재만 성주군의회 의장이 지난 12일부터 단식농성 중이다.
서울 도심에서도 전날에 이어 14일 저녁 청년들을 중심으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이어졌다. 청년독립군 등 청년단체들은 미국대사관 근처 광화문 케이티(KT) 건물 앞에서 ‘사드배치 철회를 위한 청년학생 공동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시민사회·종교계는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시키기 위한 범국민 평화행동을 제안했다. 한반도평화회의 운영위원회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북 성주가 또 다른 평택 대추리, 제주 강정마을이 되지 않도록 힘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지은희 전 여성부 장관, 이부영 동북아평화연대 대표 등 각계 인사 127명과 단체 44곳이 참여했다. 한반도평화회의는 16일과 23일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범국민 촛불집회를 벌일 계획이다.
성주/김일우 기자,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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