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국무총리를 태운 승용차가 15일 오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지역으로 결정된 경북 성주를 찾았다가 돌아가려다 항의하는 주민들에 둘러싸여 갇혀 있다. 성주/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총리 탄 차 막은 성주 주민, “내 차 뒤범퍼 들이받고 달아나”
총리 보호하던 경찰은 차 유리창 발로 차고 곤봉으로 부숴
총리 보호하던 경찰은 차 유리창 발로 차고 곤봉으로 부숴
황교안 국무총리가 탄 승용차가 사드(THAD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항의하며 도로를 막고 있던 성주 주민의 승용차와 부딪친 뒤 달아나는 일이 발생했다. 황 총리를 보호하며 함께 가던 경찰관은 이 주민의 승용차 유리창을 발로 차고 곤봉으로 부수며 위협했다.
15일 경찰과 성주 주민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날 오후 6시15분께 주민 이민수(37·성주읍)씨는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산포대 근처를 운전하고 있었다. 황 총리가 성주군청 옆 마당에 있던 버스에서 ‘탈출’에 성공해 헬기장이 있는 선산포대로 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주민들로부터 들었기 때문이다. 이씨의 아내와 10살 딸, 7살 쌍둥이 아들들도 승용차에 타고 있었다. 이씨는 “황 총리 승용차를 막고 나서, 황 총리에게 사드를 성주에 배치한 것에 대해 항의할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순찰차 한 대를 따라 흰색 소나타 승용차가 오는 것을 봤다. 흰색 소나타 승용차에 황 총리가 타고 있다고 생각한 이씨는 순찰차를 먼저 보내고 자신의 승용차를 가로로 세워 도로를 막았다. 공무집행 등 표시가 되어있지 않던 흰색 소나타 승용차엔 실제 황 총리가 타고 있었다.
그러자 앞에 있던 순찰차에서 경찰관 3명이 내려 이씨의 승용차로 다가왔다. 문을 열라는 이들의 요구에 이씨가 응하지 않자, 한 경찰관이 발로 승용차 운전석 유리창을 수십 차례 찼다. 유리창이 깨지지 않자 그는 곤봉을 가져와 유리창을 부쉈다.
이씨의 승용차 뒷자리에 타고 있던 아이들은 놀라 울음을 터뜨렸다. 그런데 황 총리가 탄 승용차가 이씨의 승용차 뒷부분을 밀어내듯이 받고 그대로 달아나며 이씨의 차 뒤범퍼는 완전히 부숴졌다.
이씨의 차 유리창을 발로 차고 위협했던 경찰은 이씨에게 공무집행방해라면서 신분증 제출을 요구했다. 이씨가 신분증을 보여주지 않고 거세게 항의하는 사이, 놀란 이씨의 아내가 112에 신고를 했다. 곧 성주파출소 소속 경찰관들이 현장에 도착하자, 검은색 짙은 선글라스를 낀 경찰은 자리를 떴다. 그는 이씨에게 자신의 신분을 끝내 밝히지 않았다.
<한겨레>의 확인 요청에 경북지방경찰청 쪽은 해당 경찰관이 김천경찰서 소속 김아무개 경위라고 밝혔다.
이씨는 “나는 뒷좌석에서 울며 겁을 먹은 아이들을 달래고 있었는데 황 총리가 탄 승용차가 갑자기 내 승용차 뒷부분을 밀어내듯이 받으면서 그대로 달아났다. 어떻게 경찰관이 아이들이 세명이나 타고 있는데 이럴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북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김 경위가 발로 승용차 유리창을 차다가 무언가 도구를 가져와 유리창을 부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씨가 그 상황에서 후진을 하면서 앞으로 가고 있던 황 총리의 승용차와 부딪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성주/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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