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삶과 죽음]
연희동 재생 이끄는 쿠움의 김종석 대표. 지난 8일 김 대표가 지은 건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튀는 건물’ 대신 다양성이
연희동의 동네를 채워왔다 노출 콘크리트는 내부 돋보이게
외부계단은 서로 소통하게
회색의 마력이 펼치는 다른 미래 공간과 사람 사이의 ‘공간심리학’ 1960년대 후반 지어진 연희동의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한 그의 건물에는 뚜렷한 특징이 있다. 회색 노출 콘크리트, 정면에서 확 눈길을 끄는 외부 계단, 거리 쪽으로 활짝 열린 발코니 등등. 건평 8만5천㎡에 세워진 하디드의 거대한 매스(덩어리)와 200㎡ 규모의 대지에 지어진 작은 건물 사이, 세계적인 건축가와 작은 동네의 건축사업자 간 간극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도 할 수 있다. 다만 ‘어바니티’(도시성)란 측면에서라면 얼마든지 비교할 수 있다. 어바니티란 사람이 모이고 서로 교류하며 얻을 수 있는 도시적 매력을 뜻한다. 주변과 완전히 독립된 섬과 같은 형태의 하디드 건물은 이 지점에서 매우 낮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와 상반된 김 대표의 연희동 건물을 파고들어봤다. 그의 건물은 사람들과 대화한다. 회색으로 내부를 돋보이게 노출 콘크리트의 잔잔한 회색 빛깔은 건물을 그 안에 새로 자리잡은 매장의 조명과 인테리어 뒤로 한발 물러서게 한다. 김 대표가 기획한 건물은 대부분 노출 콘크리트를 썼다. “2006년 역삼동에서 처음 시공한 노출 콘크리트 건물은 정말 예쁘더라고요. 다들 잘 지었다고 칭찬해줬는데, 가게들이 들어오고 나니까 건물이 보이지 않는 거예요. 건물은 안 보이고, 건물 안의 인테리어가 돋보이더라고요. 그때 회색의 마력을 배웠어요.” 이는 건축가들이 흔히 빠지는 ‘튀는 건물’에 대한 욕심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김 대표는 건축가가 아니다. 1993년 연희동에서 건물 전기기술자로 시작했다. 그는 “건축가들의 질서를 지킬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호기심 끄는 외부 계단 건물 1층이 활성화되면, 그 반작용으로 2층과 3층은 소외되기 마련이다. 김 대표는 물리적 공간과 사람이 상호작용하는 심리를 잘 안다. “외부로 개방된 계단은 호기심을 유발해요. 누가 올라가면 거리에 있는 사람은 그 사람을 쳐다보게 되죠. 오르는 사람도 밑을 봅니다. 꼭 말로 해야 소통이 아니에요. 눈으로도, 서로 관심 갖는 것도 소통이에요. 소통이 이뤄지면 올라갈 때 피로도가 없어요. ‘후다다닥’ 올라가게 되죠.” 그래서 그는 “땅의 가장 비싼 자리에” 계단을 놓는다. 개방된 발코니도 마찬가지다. 그는 “내가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모습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잖아요. 나도 내려다보고.” 그를 만난 지난 7일 저녁 8시께, 발코니에 앉아 기자와 대화를 나누는 김 대표를 본 주민들은 계속해서 인사를 건넸다. 2개 층을 모두 1층처럼 연희동에는 1960년대 말 지어진 ‘미니 2층’ 건물이 많다. 1층이 반지하층 위에 놓여 있다. 아래쪽 반지하층을 온전히 1층처럼 쓸 수 없을까? 방법은 반지하층 바닥을 조금 더 깊게 파는 것이다. 이 시공은 낮은 층고의 답답함을 없애주는 동시에 건물 기초를 재정비해 건물의 구조적 안전성을 높인다. 과거 지어진 건물은 벽체 밑에만 기초(줄 기초)가 되어 있다. 김 대표는 철근과 콘크리트로 “앵커링’(고정)해 기초를 단단히 한다. 아울러 창을 넓혀 개방된 느낌도 강조한다. 이런 방식으로 그는 두 층을 모두 1층처럼 만들었다. 그가 시공한 건물은 반지하층과 1층 모두 다른 건물 1층 수준의 임대료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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