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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청년수당 1호는 임용고시생…“도전이란 단어가 두려워”

등록 2016-08-03 22:50수정 2016-08-05 09:40

백수 3년 취업 번번이 실패
“학원비 밥값, 차비로도 50만원 쓰겠다”

서울시가 3일 오전 3000명가량의 청년들에게 청년활동비 50만원(1개월분)씩 지급 완료했다. 지난달 4~15일 신청기간 중 6309명이 지원했으나 정량·정성평가를 거쳐 3009명이 탈락하고, 최종 선정된 이들이다.

이 가운데서도 서울시가 ‘청년활동비 수급 1호’로 간주하는 이가 있다. 서울 도봉구에 거주하는 ㅅ씨다. 시는 신청자들의 지원서를 정성평가하고, 소득수준·미취업기간·부양가족 수를 정량평가해 우선순위를 따졌다. ㅅ씨는 즉, 공적 부조가 가장 시급하다고, 청년활동비에 가장 먼저 가닿아야 한다고 평가된 이다. 그럼에도 한국 청년 사회의 평균치와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인다.

ㅅ씨는 우리 나이로 서른살(1987년생)이다. 지금껏 번듯한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다. 3년 전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내년 임용고시 합격이 꿈이지만, 당장 기간제 교사라도 되길 목표한다.

그가 지원서의 활동계획(청년활동비 사용계획)에 기입한 내역을 보면, 직접적인 구직활동 비용 외 점심값, 차비 따위가 주되게 포함되어 있다. 그는 8월 한국사 시험 접수비, 학원 등록비, 점심값, 대중교통비, 10~11월 독서실비, 대중교통비, 12월 2차 면접 준비, 기간제 교사 구직활동 등등에 매달 ‘50만원’을 사용하겠다고 적고 있다. 활동계획란에 담을 수 있는 글자수는 고작 300자 이하였다.

시는 다른 지원자들의 활동계획을 낱말 단위로 추려도 공부, 준비, 취업, 학원, 자격증이 가장 많이 반복됐다고 밝혀왔다. 이를 두고 한 선정위원은 <한겨레>에 “많은 이들이 공무원, 경찰공무원, 교사 시험을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이미 청년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없는 사회라는 방증이 아닌지 정부가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짚기도 했다.

ㅅ씨는 청년활동지원 신청마감 사흘을 앞둔 7월12일 새벽 3시7분에 지원서를 서울시에 등록했다.

“취업해야 된다는 압박감이 있지만, 배운 기술이 없어서 취업활동도 번번이 실패하게 되었습니다. 이젠 도전이라는 단어가 설레기보다 두려움과 걱정으로 더 큽니다. 최근 경제가 안 좋아져 부모님께서 하시는 일도 상황이 안 좋게 되었습니다. 취직에 성공해서 장남으로 부모님께 도움이 되어드리고 싶습니다.”(지원서 일부 요약)

복지부가 서울시 사업을 중단하도록 직권취소를 하면 ㅅ씨는 지금까지 그래 왔듯 9월부터 밥값과 차비를 다른 데서 구해야 한다. ㅅ씨는 지원서 요약 공개에는 동의했지만, 특정 개인이 부각되는 걸 꺼린다며 언론 인터뷰 제안은 거절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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