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백남기씨 고향인 전남 보성의 보성역 앞에 소박한 분향소가 마련됐다. 사진 보성군농민회 제공
농민 백남기씨의 무사귀환을 기다려온 전남 보성역 농성장이 끝내 분향소로 바뀌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보성군농민회는 26일 보성읍내 보성역 앞 농성장에 백씨의 영정 사진과 국화 화환 2개, 향로와 촛불 등으로 소박한 제단을 만들어 농민들의 분향을 받고 있다. 간이천막으로 설치한 분향소 정면에는 ‘근조, 백남기님 편히 영면하십시오’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현수막 아래에는 ‘국가폭력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반드시 이뤄내겠습니다’라는 각오를 새겼다.
농민들은 백씨의 영정 사진에 검은 띠를 둘러 애도하는 대신 ‘나락값 보장’과 ‘박근혜 퇴진’이라는 구호를 새긴 머리띠를 좌우에 둘러 각오를 나타냈다. 농민 김정섭(53)씨는 “일부는 서울로 가고, 일부는 남아 장례를 준비하고 있다. 형님을 아꼈던 이들이 분향소를 찾아 평소 그분이 즐겼던 막걸리를 따르며 울먹이고 있다”고 전했다. 후배 최영추(65)씨는 “강제 부검은 평소 지병을 핑계로 (국가의 책임을) 면피하겠다는 의도”라며 “형님이 쓰러지기 전보다 쌀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 상황이어서 후배들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유족이 장례 절차와 장지를 확정하는 대로 일정에 맞춰 백씨가 떠났던 보성역과 농사를 짓던 웅치면 부춘마을에서 노제를 지내기로 했다. 이어 백씨가 평소 경작하던 밀밭 1만8000㎡(5500평)를 농민회에서 공동으로 경작해 우리밀을 보급하고, 기념사업도 펼치기로 했다.
백씨 고향인 보성지역 농민들은 지난해 11월14일 백씨가 부상한 다음날 보성역 앞에 진상규명과 무사귀환을 촉구하는 천막을 설치해 장기농성과 촛불시위를 벌여왔다. 전농 광주전남연맹은 이날 백씨한테 가해진 국가폭력에 항의하기 위해 광주시경찰청과 전남도경찰청, 전남 시·군 경찰서 앞에도 각각 분향소를 설치했다.
전남도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어 “박근혜 정권은 317일 동안 백씨의 부상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오히려 책임자를 옹호하고 강제부검까지 시도하고 있다”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전북에서도 전주시 풍남문광장을 비롯해 익산, 정읍, 고창, 부안 등에 분향소가 설치됐고, 다른 지역에도 곧 마련될 예정이다. 전북도는 “애초 전북도청에 분향소를 설치할 예정이었으나, 농민단체 쪽에서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풍남문광장을 원해 장소를 변경했다”고 밝혔다.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는 26일 오후 6시 전주 풍남문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열어 백남기 농민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정권을 규탄하기로 했다.
안관옥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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