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종교와 양심의 자유 형사처벌로 제한할 수 없다고 판결
수감된 양심적 병역 거부자 400명 두고 대체복무제 도입 논란일 듯
수감된 양심적 병역 거부자 400명 두고 대체복무제 도입 논란일 듯
항소심에서 처음으로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나왔다. 2004년 이후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1심 판결이 늘었지만, 항소심 무죄 선고는 처음이다.
광주지법 형사항소3부(재판장 김영식)는 18일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입영을 거부했다가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아무개씨의 항소심에서 원심대로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조아무개씨와 김아무개씨 등 2명에게도 징역 1년 6개월의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는 1심 판결 뒤 검사의 불복으로, 조·김씨는 피고의 불복으로 각각 항소심이 진행됐다.
재판부는 “이들은 신념과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했을 뿐 기피하지 않았다. 종교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고 형사 처벌로 이를 제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제사회도 양심적 병역 거부권을 인정하는 추세이고, 우리 사회에서도 대체복무제 도입을 두고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들을 처벌하기보다는 공동체를 위해 일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두진 변호사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법원이 늘었지만, 항소심 무죄 선고는 처음이다. 법관의 양심뿐만 아니라 수감된 병역거부자 400명의 양심을 존중하는 국제표준에 맞는다”고 반겼다. 서울남부지법이 지난 2004년 처음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뒤 광주·수원·인천 등지에서 무죄 판결이 잇따랐다.
재판부 13곳은 병역법 88조를 지목해 위헌제청을 했다. 병역법 88조는 입영통지서를 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하면 3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하게 돼 있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과 2011년 두 차례 이 조항을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이를 근거로 법원은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1년 6개월 이상의 실형을 선고했다. 병역법 시행령에 따르면 1년 6개월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를 받으면 제2국민역으로 편입돼 병역이 면제된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는 2006년 이후 10년 동안 5723명이고, 이 가운데 5215명이 처벌을 받았다. 이들의 반발로 병역법 88조는 3번째 위헌 심판이 제기됐다. 헌재는 지난해 실형을 선고받은 남성 3명이 낸 헌법소원을 심리 중이다. 대법원에도 양심적 병역 거부 관련 사건 40여건이 계류되어 있다.
지난 7월 실시된 설문 조사에서 서울변호사협회 소속 변호사 80%가 대체복무를 도입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지난 4월 갤럽 조사에서는 일반 시민 70%가 이들의 형사처벌을 피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따라 대체복무제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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