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와 국회에서 폐지 여론이 높은 국정 역사 교과서.
전남도교육청이 국정 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에 동조하다 도민의 역사의식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눈총을 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남지부(지부장 김현진)는 1일 성명을 내어 “이미 탄핵받은 국정 역사 교과서의 명맥을 유지하려는 교육부의 연구학교 지정 추진에 전남도교육청이 동조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전교조는 도교육청이 지난달 23일 교육부의 ‘국정 교과서 연구학교 운영 공모 안내’ 공문을 학교 현장에 내려보낸 것을 겨냥했다.
이 공문을 보면, 교육부는 오는 10일까지 학교의 신청을 받아 15일 선정 결과를 발표한다. 선정한 학교에는 특별교부금 1000만원을 지원하고, 국정 교과서를 무료로 제공한다. 채택에 따른 연구는 오는 3월1일부터 내년 2월28일까지 진행한다.
전교조는 “장만채 도교육감은 ‘국정 교과서 채택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했던 13개 시도교육감 선언을 지켜야 한다. 탄핵된 박근혜 정권의 일방적인 지시에 맹종하는 모습이 부끄럽다”고 개탄했다. 이어 “밖으로는 국정 교과서에 반대한다면서도 안으로는 연구학교 지정에 동조하는 이중적 행태를 중단하라”며 “부도덕한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거부하고, 친일과 독재에 결연히 맞서온 전남도민의 역사의식을 받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교조는 “학교들이 ‘당근’에 현혹돼 신청을 하지 않도록 사회 교과협의회 토론, 교원 절반의 동의,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등을 통해 저지하겠다. 새 학기가 오면 모든 학교에서 현행 검정교과서를 쓰도록 시민단체와 적극적으로 연대하겠다”고 다짐했다.
전남무지개(혁신)학교 학부모네트워크(공동대표 강필성·권오산)도 이날 낸 성명에서 “도교육청의 연구학교 공문 발송은 도민과 학부모의 기대를 저버린 행동으로 실망스럽다”며 “전남에서 신청학교가 나오면 도교육청과 장 교육감은 역사 앞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일갈했다.
반면 광주시교육청은 연구학교 공문을 발송하지 않고, 역사교과서 보조교재 개발에 나서는 등 국정 교과서 폐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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