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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건국절 논란 ‘1948년 정부 수립’ 못박아…국정화 왜곡 바로잡기

등록 2018-05-02 20:48수정 2018-05-03 09:15

교육과정평가원, 최종 시안 발표

논쟁적 사안은 ‘통설’ 따라…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로

6·25전쟁 ‘남침’서 비롯 재확인

‘후삼국 통일’ ‘새마을 운동’ 등
기준 완화해 ‘포괄적 기술’ 허용
2020년부터 중·고교생이 배우게 될 새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이 2일 나왔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20년부터 중·고교생이 배우게 될 새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이 2일 나왔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일 공개된 ‘중·고교 역사과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 시안’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과정에서 왜곡된 내용을 바로잡고, 논쟁적 사안은 역사학계의 ‘통설’을 따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교육부가 교과서 필자한테 요구하는 ‘세부 집필기준’을 크게 줄여 역사 해석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먼저 이번 시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표현은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다. 대한민국의 ‘건국’은 1919년 상해 임시정부 수립에서 비롯했으며, 대한민국 ‘정부’ 수립은 1948년에 이뤄졌다는 사실을 분명히 구분한 것이다. 현재 중·고교생이 배우는 교과서도 1948년 8월15일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와 달리 박근혜 정부가 마련한 2015년 국정교과서 편찬기준에는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수립’이란 표현이 등장한다. 일부 극우세력이 항일 독립투쟁의 의미를 깎아내리려고 펼친 ‘1948년 8월15일 남한 단독정부 수립이 진정한 대한민국 건국’이라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다.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은 ‘민주주의’로 바뀐다. 현재 중·고교에서 쓰이는 교과서 집필기준(2009 개정 교육과정)에는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를 기본 바탕으로 발전했다’고 나온다. 또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 역사교과서를 염두에 두고 만든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시안도 같은 내용을 포함한다. 다만 지난해 개발 단계를 밟던 국정교과서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폐기되면서 실제 교과서에는 실리지 않았다.

반면 이번 시안에는 ‘국민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이룩했다’는 식의 표현을 담아 ‘자유’라는 단어를 덜어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은 과거 남북 이념대결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공산주의·사회주의와 구분되는 국가 체제를 강조하기 위해 쓰인 용어로, 국외에서는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쓰는 게 일반적”이라며 “이념이나 정치적 색깔을 최소화한 ‘민주주의’라는 표현이 교과서에 더 적합해 보인다”고 풀이했다. 평가원 쪽은 과거 역사교과서에서 대개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썼고, 현행 다른 사회과 교과서에도 모두 ‘민주주의’를 쓴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표현이 빠진 것은 앞으로 역사학계와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고교생이 배우는 역사교과서에는 ‘(대한민국 정부가) 유엔(UN)으로부터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이라고 적혔다. 이와 관련해 평가원 연구진은 유엔 결의 당시 ‘감시가 가능한 지역에서 수립된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단서를 달았고, 1991년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시안을 만든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진은 ‘6·25 전쟁’을 기술하는 대목에서 ‘남침으로 시작된 6·25 전쟁의 전개 과정과 피해 상황’이라고 적어, 6·25가 ‘남침 전쟁’이라는 점을 거듭 확인했다.

아울러 평가원은 이번 시안을 만들며 과거 복잡했던 집필기준을 단순하고 포괄적인 형태로 개선했다. 예컨대 고려의 후삼국 통일 관련 집필기준이 기존에는 원고지 7장 분량이던 것을 이번에 5분의 1 수준으로 줄여 최소한의 ‘집필 원칙’을 설명하는 수준으로 축소했다. ‘동북공정’ ‘새마을 운동’ ‘북한의 도발’ 등 문제에 대해 구체적 집필기준을 정하지 않고 ‘포괄적 기술’을 허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행 검정 역사교과서 필자인 도면회 대전대 교수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국정 역사교과서 폐해를 완전히 청산하고 ‘비정상을 정상화’한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 “교과서 제작 과정에서 역사학계가 축적해온 연구 성과를 새 교과서에 충실히 담을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5월 이전 정부가 추진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백지화한 뒤, 새 집필기준을 마련해왔다. 교육부는 이번 시안을 바탕으로 교육과정심의회 심의·자문 결과와 역사학계 의견 등을 듣는 한편, 국민 의견 수렴을 위한 행정예고를 거쳐 올해 상반기 안에 집필기준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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