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교감이 반대 시위한 학생·학부모 신상 파악했다” 반발
교무회의서 교사들에게 “해교행위하면 책임을 묻겠다”
20일 오전 경북 경산시 문명고 운동장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모여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경북 경산시 문명고 교감이 연구학교 신청 철회를 요구하는 학생과 학부모 인적사항을 파악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문명고 학생 150여명과 학부모 30여명은 20일 오전 9시 학교 운동장에 모여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철회를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학부모 신상국(48)씨는 “교감 선생님이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학생·학부모의 신상을 체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학생들이 추위에 고생하는데 보듬어주고 한번 안아줘야지, 이름을 적어가서 어쩌겠다는 거냐. 학생을 제재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20일 오전 경북 경산 문명고 운동장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모여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현재 봄방학에 들어간 문명고 학생들은 평일에는 등교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40분까지 자율학습을 해왔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지난 17일부터 학교 운동장, 교장실 앞 복도, 강당 등에 모여 연구학교 신청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문명고는 지난 19일 오후 5시 학생들에게 ‘20일~21일은 자율학습 운영을 하지 않습니다’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20일 오전 9시부터 학생과 학부모들은 연구학교 신청 철회를 요구하러 학교로 나왔다. 학부모들은 교감이 학교 정문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몇 학년 몇 반 누구냐”고 물은 뒤 종이에 무언가를 적는 장면을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감은 이날 오전 교무회의에서 교사들에게 “해교행위를 하면 책임을 묻겠다고 교장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안휴정 교감은 “혹시 무슨 일이 있을까봐 학생과 학부모님들이 걱정돼서 잠시 교문 앞에 나가 있었을 뿐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인적사항을 묻거나 적은 적이 없다. 기껏해야 한 학부모에게 ‘우리 학부모님 맞으시죠’라고 물은 게 전부다”라고 말했다.
20일 오전 경북 경산 문명고 강당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모여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학생과 학부모들은 이날 오전 11시30분까지 학교 운동장, 강당 등에서 “국정 교과서를 철회하라”고 외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들은 날마다 오전 9시 학교에 나와 항의 시위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경산/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