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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고 졸업생 꼬리표 될까봐…” 예비 학부모 자퇴 의사 밝혀

등록 2017-02-22 16:10수정 2017-02-22 17:45

학부모·학생, 전국 유일 ‘국정교과서 사용’ 문명고에 거센 반발
교과서 사용 감행하면 자퇴 외 등교거부·교과서 소각 등 움직임
23일 집회·기자회견…1000여명 반대 서명지 학교에 전달키로
21일 오전 경북 경산 문명고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손팻말을 들고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21일 오전 경북 경산 문명고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손팻말을 들고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경북 경산시 문명고에 입학할 예정인 신입생 학부모가 국정 역사교과서를 쓰는 것에 반발해 학교에 자퇴 의사를 밝혔다. 문명고의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뒤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자퇴 이야기가 나오기는 했지만 실제로 학부모가 학교를 찾아가 자퇴 의사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학부모들은 23일 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구학교 신청 반대 서명지를 학교에 전달하기로 했다.

22일 학부모와 학교 쪽의 설명을 종합하면, 다음달 문명고에 입학 예정인 신입생의 아버지 김아무개(48)씨는 이날 낮 문명고 행정실을 찾아가 아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며 등록금을 돌려 달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지난달 등록금 41만9320원(입학금·수업료·학교운영지원비·교과서대금)을 모두 학교에 납부했다. 그의 아들은 현재 반편성까지 돼 있는 상태다. 김씨는 결국 교사의 만류에 따라 27일까지 학교 쪽이 연구학교 신청을 철회하는지 지켜본 뒤 자퇴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김씨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 아이가 다닐 학교만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를 쓴다는 이야기를 뒤늦게 듣고 며칠 동안 잠을 못 자고 있었는데, 아이가 먼저 이 학교에 다니기 싫다고 해 고민 끝에 이렇게 결정했다. 27일까지 학교 쪽이 연구학교 신청을 철회하지 않으면 다른 학교를 알아보거나 검정고시 준비 등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아이가 국정 역사교과서를 유일하게 사용하는 문명고를 졸업했다는 꼬리표를 평생 달고 살아가게 할 수는 없다. 대학과 기업 인사담당자들도 문명고 출신이라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겠느냐. 이렇게까지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대 의견을 무시하는 책임감 없는 학교에 우리 아이를 보낼 수는 없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신입생(16)도 이날 학교에서 <한겨레>와 만나 “학교가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을 번복하지 않으면 자퇴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와 학생, 교사들은 이날 함께 ‘문명고 국정교과서 지정철회 대책위원회’를 꾸렸다.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는 23일까지 학교 쪽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자퇴, 등교거부, 국정 역사교과서 소각 등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책위는 지금까지 학부모와 학생 등 1000명으로부터 반대 서명을 받았다. 문명고 전체 학생 수는 577명이다.

학부모들은 23일 오전 9시 학교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다. 이들은 학교 안에 대자보와 펼침막을 걸고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철회를 요구하기로 했다. 오전 11시엔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쪽에 반대 서명지를 전달할 계획이다. 문명고 학생회가 연구학교 지정을 철회해달라며 지난 18일부터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벌이고 있는 청원운동에는 이날 오후 3시 현재 1만2730명(목표 1만5000명)이 서명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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