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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문명고 입학식엔 축하 대신 근조리본

등록 2017-03-02 17:45수정 2017-03-02 23:31

파행 끝에 입학식 아예 못 열려
학생·학부모 180여명 항의 시위
법원에 연구학교 효력정지 신청
‘입학 포기’ 2명 늘어 총 4명으로

교장은 여전히 강행 의사 안 굽혀
“학부모들이 학생 부추겨” 억지주장도
문명고 신입생과 학부모들이 2일 낮 입학식이 열린 경북 경산시 문명고 대강당 앞에서 국정교과서 철회를 요구하는 손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산/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문명고 신입생과 학부모들이 2일 낮 입학식이 열린 경북 경산시 문명고 대강당 앞에서 국정교과서 철회를 요구하는 손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산/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축하한다’ 한마디가 오가지 못했다. 학부모 2명은 입학식날 ‘입학을 포기한다’며 교복을 반납했다. 한 신입생은 “다른 학교에 들어간 친구들이 자꾸 나보고 불쌍하다고 놀린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를 사용하는 연구학교로 지정된 문명고는 2일 예정한 입학식도 결국 열지 못했다.

이날 오전 10시30분 경북 경산시 문명고 운동장에서 1학년 신입생 140여명과 학부모 40여명은 꽃다발 대신 손팻말을 들었다. “국정 교과서 반대한다”, “교장 선생님은 사과하라.” 이들 가슴엔 ‘국정 교과서 철회’라고 적힌 근조 리본이 달렸다.

같은 시각 학교는 직원들을 동원해 학교 대강당(운은관) 출입구를 틀어막고 문명중학교 1학년 학생 80여명과 학부모만 데리고 반쪽짜리 입학식을 진행하려다 마찰을 키웠다.

문명고 학생·학부모들이 강당으로 진입하자 김태동 교장은 황급히 자리를 떴고, 학교는 “입학식을 마치도록 하겠다”는 안내방송을 보냈다.

이날 오전 11시 문명중은 소강당에서 중학교 신입생들만 따로 모아놓고 입학식을 했지만, 문명고 입학생 183명(입학포기자 4명 제외)은 한숨만 나누는 처지가 됐다.

문명고 신입생 최정원(16)군은 “사람들이 학교만 욕하는 게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까지 싸잡아 욕을 하고 있어 가슴이 아프다. 입학이 결정되기 전까지 학교가 국정 역사교과서를 전국에서 유일하게 쓰는지 전혀 몰랐다”며 억울해했다. “다른 학교 친구들이 불쌍하다고 놀린다”던 전현우(16)군도 “학교에 대한 이미지가 전체적으로 나빠지고 있어서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김기현(16)군은 “이렇게 돼버리면 우리는 내신은 국정 교과서로 치고, 수능은 검정 교과서로 쳐야 한다. 답답하고 막막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2일 오전 경북 경산시 문명고 운동장에서 1학년 학생들이 입학식이 열리는 대강당 건물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국정 역사교과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2일 오전 경북 경산시 문명고 운동장에서 1학년 학생들이 입학식이 열리는 대강당 건물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국정 역사교과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2일 오전 경북 경산시 문명고 대강당 출입구에서 입학식장에 들어가려는 학생·학부모를 학교 직원들이 문 밖으로 밀어내며 막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2일 오전 경북 경산시 문명고 대강당 출입구에서 입학식장에 들어가려는 학생·학부모를 학교 직원들이 문 밖으로 밀어내며 막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2일 오전 경북 경산시 문명고 입학식이 열리는 대강당에 1학년 학생들을 위해 준비한 의자가 텅 비어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2일 오전 경북 경산시 문명고 입학식이 열리는 대강당에 1학년 학생들을 위해 준비한 의자가 텅 비어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2일 오전 경북 경산시 문명고 교장실 앞에서 학부모들이 손팻말을 들고 국정 역사교과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2일 오전 경북 경산시 문명고 교장실 앞에서 학부모들이 손팻말을 들고 국정 역사교과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2일 오전 경북 경산시 문명고 운동장에서 1학년 학생들이 입학식이 열리는 대강당 건물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국정 역사교과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2일 오전 경북 경산시 문명고 운동장에서 1학년 학생들이 입학식이 열리는 대강당 건물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국정 역사교과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이후 학부모들은 교장실 앞에서 교장과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을 했다. 하지만 김 교장은 기자들에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을 철회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오히려 “학생들을 자꾸 어머니들이 부추기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의견이 있어도 우리가 옳은 정책을 하고 있는데 따라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1학년 학부모 문아무개(46)씨와 조아무개(41)씨는 ‘자녀를 학교에 입학시키지 않겠다’면서 학교에 교복을 반납했다. 이로 인해 문명고 입학 포기생은 4명으로 늘었다. 학부모 문씨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를 쓰는 게 도대체 누구에게 무슨 이익이 되겠는가. 잘 해결해서 어떻게든 다녀보려고 했지만 학교 쪽과 소통이 전혀 안 된다. 지난 2주 동안 정말 고통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문명고 한국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철회 학부모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 이영우 경북도교육감을 상대로 대구지방법원에 “문명고를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한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효력정지신청을 냈다. 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어 “문명고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알리지 않고 회의규정을 어겨가며 학교운영위원회 회의를 개최한 결과를 근거로, 재단 이사장과 학교장이 일방적으로 연구학교 신청을 했다. 학교운영위에서 9명의 위원 중 2 대 7로 반대가 많이 나오자 교장이 학부모를 불러 20~30분 설득한 다음 다시 표결해 5 대 4로 학교운영위를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지금도 신입생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습니다. 역사교과서는 언제든지 수정·보완될 수 있지만 지금 새 학기를 시작하는 아이들의 3월은 그들의 인생에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입니다. 갈등과 혼란을 바로잡고 역사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주체들이 거부하는 한국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처분의 효력을 중단해주시기 바랍니다.”

기자회견에 나온 학부모들은 법원에 이렇게 호소했다.

이날 문명고는 1학년 입학생들에게 국정 역사교과서를 제외한 나머지 교과서만 나눠 줬다.

경산/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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