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했지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대하는 경북 성주 주민들은 크게 기뻐할 수 없었다. 성주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56.20%의 표를 얻었기 때문이다. 9일 사드 배치를 막아보겠다며 문 후보나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찍었던 성주 주민들은 허탈해했다.
‘뻔뻔스러운 동네네, 홍준표에게 몰표를 몰아주고 문재인에게 사드를 해결해달라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드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성주 주민들의 요청을 담은 기사에 달린 이런 댓글은 주민들을 더 슬프게 했다.
성주군 전체 유권자는 4만여명인데 보통 3만여명 정도가 투표를 한다. 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2만6511표(86.00%)는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로 갔다. 당시 문재인 후보는 4077표(13.22%) 밖에 얻지 못했다. 당시 박 후보는 경북의 23개 지역 중 군위, 영덕, 의성에 이어 성주에서 4번째로 득표율이 높았다.
지난 9일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성주는 조금 달라졌다. 홍 후보가 1만6788표(56.20%)를 받았다. 안철수 후보는 3586표(12.00%), 유승민 후보는 2056표(6.88%)를 얻었다.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이들 세 후보의 표를 모두 합치면 2만2430표(75.08%)다. 이 표를 5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받은 표와 비교하면 4081표가 줄었다. 성주 유권자와 투표자는 5년전과 큰 차이가 없다. 이번에 성주에서 문 후보는 5409표(18.10%), 심 후보는 1714표(5.73%)를 얻었다. 이 표를 5년 전 당시 문 후보가 받은 표와 비교하면 3046표가 늘었다.
5년전 박근혜 전 대통령 표에서 줄어든 4081표는 성주 전체 유권자의 10% 정도다. 누구에게는 의미 없는 변화로 보이겠지만, 다른 누구는 이 작은 변화에서 희망을 찾아낸다. 허탈해했던 성주 주민들도 이 작은 변화를 찾아내 다시 희망을 품고 있다.
‘그래도 희망이 있는 게 예전 박근혜 때 80%대 지지였다가 이번에는 (대구 경북이) 40%대 지지로 바뀌었잖아요, 모두 함께 가기 위해 마음을 모읍시다.’ 성주 주민들을 비난하는 댓글 중에 누군가가 이런 댓글을 써놨다. 10일 저녁 8시 성주에서는 302일째 사드 배치 반대 촛불집회가 열렸다. 보통 100명 정도 밖에 오지 않는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숫자다. 하지만 그들은 변화를 원하며 희망을 찾으려 한다.
중국 작가 루쉰은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땅 위의 길과 같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라고 썼다. 성주 사람에게도 희망은 길과 같다.
성주/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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