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부산 방문 도중 흉기로 습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이 되어가지만 아직 피의자 김아무개(67)씨의 범행 동기를 밝히지 않는 경찰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범행 직후 현장에서 체포됐을 당시 김씨는 ‘남기는 말’이라는 범행 동기를 알리는 쪽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경찰은 모르쇠로 일관했고, 언론이 취재로 그 존재를 알렸는데도 여전히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정치적 파장을 우려해 몸을 사린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경찰은 애초부터 언론 브리핑에서 김씨의 범행 동기에 대해 ‘진술만 있을 뿐이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민감한 부분이라 완전히 확인되기 전까지 말하기 곤란하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수사 경찰관에 대한 입단속도 철저히 했다. 수사를 총괄하는 손제한 부산경찰청 수사부장은 “원칙을 지켜달라는 주문이 있어 제한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체 그 ‘주문’은 어디에서 들어온 것일까.
피의자 김씨는 오히려 자신의 범행 동기를 적극적으로 알리려고 했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으러 법원으로 들어가다 범행 동기가 뭐냐는 취재진 물음에 “8쪽짜리 변명문을 제출했다. 참고해달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불만이 담겨 있는 이 문서를 김씨는 범행 뒤 조력자를 통해 공개하려고 했던 사실도 8일 드러났다. 전형적인 ‘확신범’의 언행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찰은 여전히 범행 동기에 대해 언급하길 꺼린다. ‘김씨의 주장일 뿐, 정확한 사실관계는 확인해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김씨의 당적을 경찰이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결정도 논란거리다. 그의 당적은 범행의 정치적 동기를 밝히는 중요 단서인데다, ‘국민의 알권리’에 해당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김씨가 ‘태극기 집회’에 참석했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탈당한 뒤 지난해 3월 민주당에 입당했다는 사실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상황이다. 경찰이 당적 공개를 거부하는 표면적 이유는 ‘정당법’ 24조 4항(누설 금지)이다.
영남권 국립대학에서 헌법을 가르치는 김아무개 교수는 “정당법은 개인이나 정당의 자유롭고 민주적인 정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률이다. 모든 조항은 이에 부합하도록 해석해야 한다”며 “피의자의 당적을 둘러싸고 억측과 혼란이 초래되고 있는데, 이를 해소하려면 경찰이 적극적으로 사실 확인과 정리를 해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찰이 김씨의 범행 동기와 당적 등에 대해 쉬쉬하는 사이, 정치적 혐오와 극단적 여론몰이는 오히려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민주당 자작극’ ‘대통령 배후설’ 등 근거 없는 음모론도 판친다. 지금 경찰에 필요한 건 ‘정무적 판단’이 아니라, 국민이 궁금해하는 사실을 가감 없이 공개하는 일이다. 그게 경찰이 정치적 시비에 휘말리지 않는 길이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