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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출산율 4년 1위 해남의 비결은?

등록 2017-05-15 09:11수정 2017-05-15 11:08

[창간 기획]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에 배워라

난임 부부 지원·저가 산후조리실
아이 넷 낳으면 양육비 1970만원
해남군 출산친화 캐릭터
해남군 출산친화 캐릭터
“산후조리 2주일은 꿈도 못 꿨을 거예요.”

전남 해남의 공공 산후조리원에서 지난 4일 만난 김진양(33)씨는 며칠 전 쌍둥이를 출산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활기찼다. 그에게 ‘이곳이 없었다면 어떻게 했겠냐’고 묻자 이렇게 말했다.

그는 “몸 조리는 시늉만 냈을 것이다. 첫째 때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의 13박14일 산후조리비는 60만원이다. 민간 산후조리원에서라면 300만~400만원으로도 부족할 뻔했다.

6년 전 첫째를 낳은 뒤 아이를 갖지 못하던 김씨는 두 차례 체외수정을 시도한 끝에 임신에 성공했다. 해남군이 1차 100만원, 2차 80만원을 지원해 줬다. 광주에서 출산한 그는 곧바로 이곳에 들어오려다 빈방이 없어 퇴원 날짜를 늦춘 끝에 겨우 입실했다.

전남 해남에서 지난해 11월 출산친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열린 영유아 유모차 행진 해남군 제공
전남 해남에서 지난해 11월 출산친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열린 영유아 유모차 행진 해남군 제공
이 산후조리원은 지난 2015년 10월 10억원을 들여 493㎡ 규모로 문을 열었다. 농촌에 있지만 산모실 10곳을 비롯해 시설이 좋고 비용이 싸서 예약자가 밀리고 있다. 임신 7개월 이후 신청을 받는데 현재 65명이 예약해 7월까지 예약이 찼다. 산모들 사이에 “반신반의했는데 만족하고 나간다”,“녹두죽 호박죽 등 하루 식사 세끼, 간식 세 번도 싱겁고 맛있다”는 입소문이 돌아 예약자가 밀린다.

인근에는 오는 11월 17억원을 들여 분만산부인과가 설치된다. 376㎡ 규모로 입원실 8곳을 비롯해 분만실, 진통실, 회복실 등이 들어선다. 산부인과 전문의 2명 등 의료진 11명이 근무하게 된다.

이런 기반을 구축하는 데 해남군은 10년을 투자했다. 군은 애초 ‘군민 10만명’ 규모 유지를 위해 주민등록 이전과 귀농귀촌 지원 등 각종 정책을 시행했다. 하지만 10만명은 속절없이 무너졌고, 인구 감소 속도가 빨라졌다. 위기감을 느낀 군은 지난 2008년 저출산전담팀을 설치하며 비상한 각오로 나섰다.

해남군보건소에서 마련한 다문화 이주 여성을 위한 출산 교육 해남군 제공
해남군보건소에서 마련한 다문화 이주 여성을 위한 출산 교육 해남군 제공

해남군은 성과가 없는 정책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폐지하는 전례를 따르지 않고 5년 동안 꾸준히 공을 들였다. 먼저 지역의 임산부들한테 불편을 들었다. 사업의 범위를 양육비 지원으로 그치지 않고 결혼-임신-출산-육아 등으로 확대했다. 양육비는 첫째 300만원, 둘째 350만원, 셋째 600만원, 넷째 이상 720만원을 주기로 했다. 우유를 떼는 12개월, 기저귀를 벗는 24개월을 고려해 나눠 지원한다. 출생 신고 즉시 쇠고기 1㎏, 건미역 4봉지, 아기 내의 등을 담은 선물 한 꾸러미를 전달한다.

합계출산율(15~49살 가임여성 1명당 평균 출생아 수)이 2011년 1.52명에서, 이듬해 2.57명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해남은 2012년 이후 4년 연속 합계출산율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전국 52개 시·군이 앞다퉈 정책을 배우러 왔다. 군 출산정책팀 신현미씨는 “출산율을 돈으로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혼-임신-출산-육아 등 단계별로 꾸준히 들여다봐야 했다”고 말했다. 해남/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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