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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엔 노인을 위한 일터는 많았다

등록 2017-05-15 09:38수정 2017-05-15 11:07

[창간 기획]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에 배워라

바둑학원·분식점·목공방·포털사이트 보조까지
다양한 어르신 일자리 만드는 은평구의 실험
“일은 생계수단이자 고독감 막는 복지의 시작”

“크게 집을 지어야 이길 수 있어.” 할아버지 선생님의 충고는 항상 바둑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은평바둑학원 이장희(68) 선생님과 아이들. 은평구청 제공
“크게 집을 지어야 이길 수 있어.” 할아버지 선생님의 충고는 항상 바둑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은평바둑학원 이장희(68) 선생님과 아이들. 은평구청 제공
서울 은평구 역촌동 은평 바둑학원엔 ‘할아버지 선생님’들이 있다. 평균 나이 67살, 아마 3단 이상인 6명 선생님들은 원래 교사나 기업 임직원이었다. 이들은 퇴직 뒤 이곳에서 일한다. 기업을 경영할 때 취미로 쌓은 아마 5단 바둑실력을 디딤돌로 바둑교사가 된 이장희(68)씨는 “수입도 수입이지만 집에만 있던 사람이 매일 어딘가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가족들이 좋아한다. 나도 좋아하는 취미를 활용해 남을 가르칠 수 있으니 보람있다”고 했다. 이씨는 이곳에서 주 4회 하루 5시간씩 아이들을 가르치며 월 70만원 정도를 받는다. 그는 수업이 없는 오전에는 바둑사이트를 보며 프로 기사들이 가르치는 바둑 기술을 배운다

은평구 녹번동 꽈배기나라에서 일하는 안국희(74)씨와 이은호씨. 칠순을 넘긴 나이에도 일하는 것이 즐겁다. 은평구청 제공
은평구 녹번동 꽈배기나라에서 일하는 안국희(74)씨와 이은호씨. 칠순을 넘긴 나이에도 일하는 것이 즐겁다. 은평구청 제공
은평구 녹번동 꽈배기나라엔 할머니 요리사들이 있다. 지난 4월28일 이곳서 만난 안국희(74)씨는 서울 인사동에서 20년 넘게 식당을 하다가 은퇴했다. 2013년 8월 은평구가 민간수익사업으로 노인들을 고용하는 시장형 일자리로 꽈배기나라를 열면서부터 하루 4시간 30분씩 여기서 꽈배기, 도너츠를 만들어 판다. 이 작은 가게가 입소문이 나면서 1시간마다 140개씩 구워내는 꽈배기는 없어서 못판다고 한다. 6명이 교대로 일하는 1호점에 이어 2014년 2월엔 은평구 응암동에 꽈배기나라 2호점이 생겼다. 안씨는 “예전에 식당을 할 땐 돈도 많이 벌었지만 나이 드니까 돈이 전부가 아니더라. 누군가가 날 필요로 하고 어딘가 속해서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예전에 했던 식당보다 이 식당을 훨씬 사랑한다”며 웃었다.

‘2016 서울통계연보’를 보면, 은평구 전체 인구 50만2578명 중 65살 노인이 6만9753명(14%)으로 서울 25개 구청 가운데 노인 숫자가 가장 많다. 노인들에겐 일자리가 필요하다. 은평구는 2004년 처음으로 ‘어르신 일자리’란 노인 공공근로 지원사업을 시작했는데 당시 150명에 불과했던 공공일자리 참여 인원이 올해엔 2805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지원자가 4600명이어서 일자리는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

은평시니어클럽 조범기 관장은 “ 은평구는 노인 비중이 높고 저소득층이 많다. 그렇다고 공익 일자리만을 늘리다보면 실제로 삶의 질을 높이는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노인들이 노동시장에 재진입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노동을 넘어선 자립과 사회적 소속감을 주는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은평구는 2012년 노인 일자리를 개발하는 시니어클럽을 열고 아파트 택배사업, 목공소, 카페 등으로 노인 일자리를 다양화해왔다. 또 네이버와 제휴해 300명 노인들이 포털사이트에 부적합한 이미지나 동영상 등을 실시간으로 걸러내는 시니어 인터넷콘텐츠 사업장도 꾸렸다. 시니어 클럽은 올해는 ‘도매랑소매랑’ 이란 유통사업을 시작했다. 문구와 생활용품을 공장에서 받아다가 가게들에 공급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나이든 노동자들에게 잘맞았다. 꼼꼼하게 재고를 관리하고 주문을 챙기는 덕분이다.

지난해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60살 이상 노동자의 생산성이 40대의 70% 수준이란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조 관장은 “노인이 체력과 속도가 떨어져도 젊은 노동자들에게 없는 꾸준함과 집중력이 있다. 노인 노동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를 지원한다면 복지의 질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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