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복을 입은 오월어머니들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18일 오전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37돌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시민 1만여명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마음껏 제창했다. 무대에서 합창단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면 사람들이 따라 부르던 지난해 5월 기념식과 달랐다. 서로들 “오매, 소리꾼처럼 득음하시겄소야~”라고 농담을 건넸다.
5·18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불렀던 이 노래는 ‘5·18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땐 이 노래를 마음껏 부르지 못하게 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2년째인 2009년부터 임을 위한 행진곡을 식전행사에서 합창단이 부르게 하며 ‘이상조짐’을 보였다. 2011년부터는 본행사에 포함되긴 했지만 합창 형태로 바뀌어 지난해까지 이어져왔다. 때론 5·18단체 등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허 방침에 항의해 따로 옛 망월동묘지에서 기념식을 열기도 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왜 이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했을까? 우파 정권은 그들의 시각으로 현대사를 재정립하려고 했다. 그들은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규정했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뿌리를 따라가 보면 전두환 신군부 세력과 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드러내놓고 5·18을 부정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2009년부터 임을 위한 행진곡 대신 새 기념곡을 만들려고 하거나 합창을 도입하는 등 5·18의 상징적 노래를 흠집내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노래가 더 널리 애창되려면 선행돼야 할 과제가 있다. 5·18 진상규명이다. 인터넷 등엔 5·18을 폄훼·왜곡하는 글이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다. 수사권을 가진 5·18진실재조사위원회를 꾸려 미진한 부분을 조사한 뒤, 정부 공인 5·18보고서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발포명령 등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속이 다 션(시원)하다”며 환호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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