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0월이 오면 경기도 수원시 광교산 기슭인 상광교동은 몸살을 앓는다. 4년 전 경기 안성에서 이곳으로 거처를 옮겨온 고은 시인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기다리며 몰리는 기자들의 발길 때문이다. 그런 광교산이 올해는 5월부터 몸살이다. 600여명이 사는 이곳 주민들이 ‘고은 시인은 떠나라’는 내용의 펼침막을 내걸면서다. 이들은 수원시가 고은 시인에게 호화주택을 제공하고 조례(문화도시 조례)까지 만들어 세금으로 시인 생활비를 대납했다고 주장한다. 한국 문단의 대표 시인이 졸지에 논란의 중심으로 내몰리고 있다.
시인에 대한 이런 비난은 온당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수원시의 ‘삼고초려’로 고은 시인이 수원에 온 것은 2013년 8월이다. 이보다 2년 전인 2011년 8월 수원시는 이미 ‘문화도시 조례’를 만들었다. ‘인문학 도시’를 위해 문화예술인 활동을 지원하는 것으로, 고은 시인을 위해 준비한 특혜성 조례가 아니었다.
현재 고은 시인이 사는 지하 1층, 지상 1층의 집도 애초 방치된 건물이었다. 9년 전인 2008년 수원시는 개인 주택을 사들여 생태둥지관을 만들고자 했으나 상수원보호구역과 개발제한구역에 막혀 용도변경이 어렵자 포기했다. 수원의 3곳을 거주지로 추천받은 시인은 주변에 편의시설이 턱없이 부족했지만 선뜻 이곳을 택했다. “새소리 들리고 창작에 좋을 것 같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1995년 지어져 20여년이 된 집은 금이 가고 성한 곳이 없었다. 수원시는 8억여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했고, 고은 시인이 입주한 뒤에는 전기료와 물값, 무인경비요금 등으로 매년 1700만원을 지원했다. 시인은 협약상 당분간 이곳에 머물 뿐 소유권자는 수원시다. 창작이란 이유 하나로 거처를 옮긴 시인을 비난하는 것이 시인에 대한 예의가 아닌 이유다.
고은 시인이 수원에 오면서 수원에 3개의 글로벌 브랜드가 생겼다고 한다. 전세계 스마트폰의 60%를 점유한 삼성전자의 첨단산업과 199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화성’에 이어 노벨 문학상 후보 고은 시인이다.
시인에게 떠날 것을 요구하는 광교 지역 주민들은 오랜 시간 상수원보호구역과 그린벨트로 묶여 재산 피해를 입었던 터라 규제 해제를 요구해왔다. 광교산 기슭이 청정한 것은 개발을 억제했기 때문이다.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일방적인 희생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한다. 그렇다고 고은 시인이 상수원 규제를 한 것도 아닌데, 시인을 내쫓는다고 해결될 일인가.
이외수의 화천군, 박경리의 원주시, 윤이상의 통영시에 이어 고은의 수원시가 될지, 그 선택은 수원 시민의 몫이다.
수원/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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