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무기계약직 2435명 정규직화 의미
5년 전 ‘중규직’으로 고용 보장 뒤
남아 있던 차별 대부분 없애기로
추가 재원부담 크지 않다 판단
업무효율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
기간제 1098명 내년 상반기 전환 추진
노동계 “몇단계 건너뛴 진일보” 환영
5년 전 ‘중규직’으로 고용 보장 뒤
남아 있던 차별 대부분 없애기로
추가 재원부담 크지 않다 판단
업무효율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
기간제 1098명 내년 상반기 전환 추진
노동계 “몇단계 건너뛴 진일보” 환영
서울시가 투자출연기관에서 일하는 무기계약직 2435명 전원 정규직화를 추진하는 것은 현재 정규직-무기계약직-기간제 등 3단계로 나뉜 왜곡된 고용구조를 바로잡는 측면에서 의미있는 일로 평가된다. 용역업체 소속 직원 등으로 일하다 2012년 이들 기관이 직접 고용한 무기계약직이 돼 고용안정을 얻은 뒤에도 임금체계와 승진, 각종 복리후생 등에서 차별받아온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규모가 가장 큰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일반업무직 457명과 안전업무직 998명이 정규직화 대상이 될 것으로 파악된다. 승강장 안전문 보수원, 전동차 검수지원, 역무지원, 구내운전, 궤도보수원 등은 안전을 위한 필수적 유지·보수 업무를 함에도 2008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 인력감축과 비용절감을 이유로 외주화됐다 지난해 안전문을 손보던 청년이 열차에 치여 숨진 구의역 사고 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지하철 보안관, 식당 조리원 등 일반업무직 중에선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업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15년 가까이 매년 재계약을 하며 비정규직으로 지내온 사람도 있었다. 그러다 2010년부터 무기계약직이 됐지만 여전히 근속연수나 경력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안전업무직은 물론, 숙련도가 떨어지는 직종이라고 하더라도 지속적 업무라면 정규직화 대상에 포함해 유사 업무는 기존 직군으로 통합하고 새 업무는 직군과 직렬을 신설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앞서 지난해엔 서울산업진흥원이 전문직, 무기계약직, 청소·시설관리용역 등 무기계약직 95명을 정규직으로 통합했다. 이를 통해 정규직에 비해 25%를 덜 받던 무기계약직의 임금체계를 개선했다. 전문직과 무기계약직은 일반직으로, 청소·시설관리용역은 시설서비스직으로 직군이 변경되면서 각종 차별이 해소될 발판을 만들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도 지난해 무기계약직 47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올해부터 기본 연봉을 10% 인상했다. 재단은 이전까지는 자신의 업무를 정규직을 지원하는 정도로 여기던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이 전환 뒤엔 주도적으로 업무를 해나가는 등 업무 효율성이 더 오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시는 다른 출연기관에서도 지난해 8월부터 추진된 ‘노동혁신 종합계획’에 따른 차별 해소 노력이 진행중이어서 이번 정규직 전환으로 인한 추가 재원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서울시의 이번 정규직 전환 모델이 다른 공공부문의 정규직 전환 속도를 앞당기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천공항공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화’ 선언 이후 서로 다른 직종과 직렬을 통합하는 방법을 두고 고심중인데, 공사가 모두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의견과 일부 직군은 자회사를 통해 정규직화하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이들 기관의 기간제(계약직) 1098명도 올해 안에 노동 형태 등을 전수조사한 뒤 정규직 전환 여부를 검토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어서 다른 공공 부문에 긍정적 자극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노광표 소장은 “지금까지는 비정규직 고용안정-차별완화-완전한 정규직화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서울시 안은 몇 단계를 뛰어넘은 선도적인 안”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정부가 이를 따라할 수 있을지, 지자체 사이에서도 단체장이 누구냐에 따라 편차가 상당히 존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영 서울지하철노조 교선실장은 “고용만 보장될 뿐 차별을 고착화해온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은 진일보한 조치로, 환영한다”며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요인이 된 정부의 총액인건비제 개선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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