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가슴곰 KM-53이 지리산에서 수도산으로 이동한 경로. 환경부 제공
환경당국이 지리산에서 수도산으로 두 차례 이동한 반달가슴곰을 또 잡으려 들자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달곰 친구들과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은 24일 성명을 내어 “자연으로 돌아간 반달가슴곰(KM-53·이하 반달곰)이 자유롭게 서식하게 둬야 한다. 일부의 결정으로 재방사-포획-회수-재방사를 반복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반달곰이 자연 생태계가 살아 있는 지역을 스스로 찾아갔다. 섣불리 잡아들이지 말고 행동권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멸종 위기종의 복원 사업이 백두대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이 반달곰을 지리산의 울타리에 가두려 해서는 안 된다. 멀리 갔다고 잡아들이기보다는 확장된 서식지를 안정화하고, 주민한테 공존 의지를 북돋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이 반달곰을 보호한다며 포획에 나섰다. 두 기관은 23일 “이동 경로와 목적지를 거의 확인함에 따라 올무 등에 의한 피해를 방지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두 기관은 “지리산권을 벗어나면 밀렵 도구를 통제하기 어렵고, 주민과 조우할 수도 있다. 아직 분산은 이르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반달곰은 지름 60㎝, 길이 90~270㎝짜리 원통형 포획틀에 먹이를 놔두고 유인해 붙잡는다. 3년생 수컷인 KM-53이 사람을 위협하거나 민가에 출현하는 등 이상행동을 보인 적은 없다. 이 개체는 지난 2015년 10월 지리산에 방사된 뒤 불무장등 능선 일대에서 활동하다 지난해 9월 추적기에 이상이 생겼다. 행적이 끊긴 지 10개월 만인 지난 6월14일 김천 수도산에 나타나 관심을 끌었다. 포획한 이후 야생적응훈련을 거쳐 7월6일 지리산에 재방사하자 1주일가량 지리산권에 머물렀다. 이후 지난 16~20일 함양·거창을 거쳐 90km 떨어진 수도산으로 다시 이동했다. 인적이 드문 시간대에 산줄기를 따라 이동하는 과정이 24시간 기록됐다. 고속도로 2곳은 교각 아래 천이나 터널 위의 산을 건너 통과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