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문자 메시지로 해고 통보를 받은 인천의 자동차부품 업체 동광기연 노조원들이 부당해고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동광기연에서 어쩔 수 없이 희망퇴직한 뒤 새 직장을 얻지 못한 50대 노동자는 지난 18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국금속노조 인천지부 제공
인천의 자동차부품업체 동광기연의 50대 희망퇴직자가 추석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동광기연은 노동자들을 일방해고해 논란을 빚은 기업이다. 숨진 노동자는 희망퇴직 뒤 1년 동안 새 직장을 찾지 못해 절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전국금속노조 인천지부와 경찰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18일 오전 9시께 인천시 부평구 김아무개(53)씨 집에서 김씨가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같은 날 오전 8시10분께 ‘미안하다. 사망’이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형과 동생에게 보냈다. 경찰은 메시지를 확인한 형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김씨를 발견했다.
동광기연 소속으로 한국지엠 물류 최적화 센터에서 파견 근무하던 김씨는 지난해 8월 회사의 희망퇴직 요구에 따라 퇴사한 뒤 1년 넘게 실업 상태였다. 21년 동안 몸담은 회사를 어쩔 수 없이 떠나게 된 김씨는 새 직장을 찾지 못해 상당히 괴로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광기연은 올해 1월23일 공장 매각에 따른 정리 해고를 이유로 동광기연지회 노조원 62명 모두에게 문자 메시지로 해고를 통보한 바 있다. 비노조원인 김씨 등 3명한테는 먼저 희망퇴직서를 받았다.
2016년 초 회사분할제도를 이용해 법인을 2개로 쪼갠 동광기연은 올해 3월 공장을 매각했다. 동광기연지회는 이런 회사의 조처가 고용보장과 관계사 고용승계를 약속한 단체협약과 고용보장 합의서를 어긴 불법·부당노동행위라며 지난 1월31일부터 인천 본사 앞에서 8개월째 노숙농성 중이다.
전국금속노조 인천지부와 동광기연지회는 김씨의 죽음을 이런 회사의 일방적인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해고 타살’로 규정했다. 윤화심 금속노조 인천지부 교육선전부장은 “이런 희생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5월 회사 쪽의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라고 인정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8월 재심에서 “공장이 문을 닫아 구제의 실익이 없다”며 회사 쪽 손을 들어줬다. 동광기연지회는 해고 무효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인천/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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