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전북 전주해성고 2학년 이준호입니다.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올해 2월4일 무대에 올라가 애국가를 불렀습니다. 촛불시민도 당연히 나라를 사랑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괜히 불렀나’는 생각도 했지만, 부르고 나서 매우 뿌듯했습니다. 저는 당시 “박사모처럼 태극기를 든다고 다 애국자가 아니다. 태극기는 독립투사들이 들었던 것이다. 민주주의는 빨갱이를 잡는 게 아니라 서로가 존중하는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요즘 태극기가 일본 욱일기나 독일 하켄크로이츠와 마찬가지로 취급돼 괴롭습니다. 그래서 대학에 가면 태극기 이미지를 회복하는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할 생각입니다.
제가 촛불에 참여한 것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당시, 우리나라가 교과서에서 배웠던 대한민국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앉아 펜만 쥐고 있을 수 없었습니다. 촛불때 가슴 뿌듯한 순간은 만민공동회, 탄핵소추안 가결 및 인용일 것입니다. 특히 지난해 11월19일 열린 제2차 전북도민총궐기때 청소년·대학생 사전대회에서 했던 연설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한 여성분께서 혐오를 지적한 이후, 우리사회의 혐오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됐습니다. 더욱이 촛불 덕분에 청소년 참정권운동이 시작됐고,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관심도 생겼습니다.
촛불은 제 주변을 많이 변화시켰습니다. 당장 저희 아버지는 “너하고 최순실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말했지만, 점차 집회에 임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누구나 다 하는 것”이라며 마음을 풀었습니다. 삼촌은 “그런다고 세상은 안 바뀐다”고 하시다가 이제는 저를 보고 “민주열사 나셨다”고 합니다. 세상이 변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봅니다. 여기서 만족할 게 아니라, 더 노력해야 한다는 느낌을 끊임없이 받습니다.
그러나 촛불에도 바뀌지 않은 게 있습니다. 청소년 참정권에 관심이 많은데 아직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각 정당들이 경쟁적으로 만 18살 선거권을 주장했으나, 자유한국당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전까지 만 18살 청소년에게도 투표권을 보장해야 하고, 정당가입과 선거운동도 허용해야 합니다. 4·19혁명도 고등학생이 선두에 서서 이뤄낸 측면도 있듯이 청소년들도 충분히 가치판단 능력이 있습니다. 촛불이후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단체에 가입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을 팬클럽화하는 모습과 내부의 비민주성 때문에 실망해 탈퇴했습니다. 현재 ‘청소년주권회의’라는 단체를 준비중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집권당시 법질서를 내세웠지만, 이제는 재판을 거부하는 그에게 “그렇게 버티어봤자 형벌은 피할 수 없으니, 차라리 형량을 낮추고 싶다면 재판에 충실히 임해줬으면 한다”고 말입니다. 저는 앞으로 대한민국이 모든 면에서 정정당당한 나라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지난해 12월31일 전주 풍남문광장에서 열린 제8차 전북도민총궐기에서 이준호군이 박근혜 퇴진을 외치고 있다. 박임근 기자
올해 2월4일 전주 풍남문광장에서 열린 제12차 전북도민총궐기에서 이준호군이 무대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박임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