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융수 인천시교육감 권한대행이 2일 시교육청 브리핑룸에서 도림고등학교 이전 재배치 찬반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2일 남동구 도림고등학교를 서창지구로 이전·재배치한다고 발표했다. 도림고 이전을 놓고 주민간 찬반 갈등이 빚어지자 학교 주변 반경 4㎞ 이내 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2.7%가 찬성하자 이같이 결정한 것이다. 학부모뿐 아니라 인근 주민의 여론을 수렴해 학교 이전을 결정한 것은 전국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도림고 이전·재배치 문제는 지난해 8월 인천시가 구월 농산물도매시장을 고림고에서 불과 80m 떨어진 곳으로 이전계획을 확정하면서 촉발됐다. 학부모들이 공사로 인한 소음과 분진, 먼지는 물론 완공 뒤 소음과 악취 등으로 인한 교육환경 악화를 우려하며 집단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시교육청은 학교건물 노후화(1971년 준공)와 동별 학생증감 추이 등을 고려해 현 도림고에서 약 4㎞ 떨어진 서창지구로 이전 재배치 계획을 수립했다. 고교 수요예측 결과 2022년 서창지구 고교 학생수는 1735명, 남촌·도림동은 640명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상당수 찬성한 반면 도림고가 있는 남촌·도림동 주민들이 학교 이전에 반대했다. 도림고가 이전하면 젊은 세대가 빠져나가 마을 공동화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주민 갈등이 심화되자 시교육청은 찬반 설문 조사를 통해 이전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지난 9월18일부터 10월20일까지 구월동, 만수동, 장수·서창동, 남촌·도림동, 논현동 등 주민 3만7651명 중 지역별 인구분포 비율에 맞춰 표본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결과 이전·재배치 찬성 72.7%, 반대 27.3%로 나타났다. 이전 예정지인 장수·서창동 찬성률은 91%에 달했고, 남촌·도림동도 64%였다. 도림고 이전 찬성 주민들은 도매시장 이전과 주변 산업단지 조성계획에 따른 교육의 질 악화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시교육청은 연내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에 도림고 이전 재배치를 의뢰하는 등 관련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인천시의회 심사 등이 통과되면 이르면 2021년 3월 개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학교 신축 사업비는 현 도림고 터를 인천시에 매각한 비용 등으로 충당한다.
박융수 시교육감 권한대행은 “이전 재배치가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여러 조건을 고려했을 때 가장 합리적인 대책”이라며 “가장 큰 피해자인 재학생을 위해 28억원을 투입해 냉난방시설 개선, 이중유리창 설치 등도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