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경기 용인 일가족 살해범의 아내 정아무개(32)씨가 검찰에 송치되면서 경기 용인동부경찰서 앞에서 “남편에게 3년 동안 속고 살았다. 억울하다”라고 적힌 쪽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용인 일가족 살해범의 아내가 검찰에 송치되면서 자필로 쓴 쪽지를 통해 “나도 남편에게 속았다”며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죽이고 싶다 했지, 죽이자고 한 것 아니다”라며 공모 혐의도 부인했다.
용인동부경찰서는 10일 존속살인 및 살인 등 혐의로 구속된 정아무개(32·여)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정씨는 이날 아침 8시30분께 경찰서를 나서면서 취재진을 향해 손글씨로 쓴 쪽지를 펼쳐 보였다.
쪽지에는 ‘저 돈 때문이 아닙니다. 제 딸들을 살리고 싶었습니다. 저희 딸들을 납치하고 해한다는데 어느 부모가 화가 안납니까. 죽이고 싶다(했)지 죽이자 계획한 거 아닙니다. 저는 남편한테 3년 동안 속고 살았습니다. 모든 게 거짓이었습니다. 저는 억울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정씨는 경찰에서 “남편이 ‘친할아버지로부터 100억원대 유산을 물려받기로 돼 있는데, 자격도 없는 어머니가 이를 가로채려고 한다. 먼저 죽이지 않으면 어머니가 아이들을 납치해 살해할지 모른다’고 말해 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공모 혐의를 부인하는 한편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정씨의 이런 주장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정씨는 남편 김아무개(35)씨의 범행을 몰랐다고 진술하다가 “사전에 범행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자백했다.
또 정씨가 범행 방법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까지 낸 사실도 확인됐다. 범행 전 김씨가 “흉기로 할까, 목을 조를까”라고 묻자 정씨가 “수건에 약을 묻혀서 코를 막는 방법도 있다”는 의견을 냈다고 정씨가 진술한 것이다.
김씨는 “그런 건 영화에서나 나오는 것”이라며 정씨 의견을 무시하고, 흉기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김씨 부부는 지난달 21일 김씨의 어머니(55), 의붓동생(14), 의붓아버지(57)를 차례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부부는 범행 직후 김씨 어머니 계좌에서 1억2000여만원을 수차례에 걸쳐 빼내 아이들(2살·7개월)과 함께 뉴질랜드로 도피했다. 정씨는 김씨가 과거 절도 혐의로 현지 뉴질랜드 경찰에 체포되자 지난 1일 아이들을 데리고 자진 귀국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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