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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 균열 포항 대성아파트 “가만히 서 있어도 건물이 흔들거려”

등록 2017-11-17 16:19수정 2017-11-17 16:49

[포항 르포] 지진 피해 심각한 대성아파트·대성빌라
기울어진 대성아파트 균열 심각…3층에선 울렁거림도
외벽 곳곳 무너진 대성빌라 주민들 “머무를 곳이 없어”
한국토지주택공사 빈집 160채, 임시 거주공간 지원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 이(E)동의 균열된 기둥.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 이(E)동의 균열된 기둥.
“괜찮아. 엄마. 집이 조금 부서졌을 뿐이야. 체육관에 먹을 것 천지야. 걱정하지 마.”

17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마산리 대성아파트 앞. 지난 15일 규모 5.4 지진에 4도가량 기울어진 것으로 알려진 아파트 이(E)동 5층에 사는 박용순(65)씨는 지진 피해를 걱정해 전화로 안부를 묻는 어머니(88)께 이렇게 말했다. 전화를 끊은 박씨는 옷과 이불 등을 아파트 주차장 한쪽으로 옮겼다.

박씨는 현재 흥해실내체육관에서 생활하는데, 건물 붕괴 두려움 때문에 이날 옷과 이불을 가지러 왔다. 그는 “1988년부터 이곳에서 살았다. 체육관에서 추위에 떨어 몸살이 났다. 여벌의 옷과 이불을 챙기러 집에 왔다. 어머니가 걱정할까 봐 괜찮다고 했지만, 지낼 곳이 없어 기약 없이 체육관에서 사는 게 막막하다. 임시거처라도 빨리 마련되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 이(E)동의 틈이 벌어진 계단.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 이(E)동의 틈이 벌어진 계단.
이 아파트 건물 외벽은 여기저기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건물을 받치는 기둥 옆 콘크리트는 균열이 심각했다. 그 틈으로 철근이 휘어져 튀어나왔거나, 끊어져 있었다. 아파트 유리창은 깨져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건물 안쪽 계단 곳곳은 벽과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로 벌어져 있었다. 3층에 가니 휘청거리는 느낌이 났다. 바닥은 패여 있었고, 벽은 여기저기 금이 갔다. 벽면 자체가 비틀려 갈라진 부분도 있었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 이(E)동 주민들이 가재도구를 나르고 있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 이(E)동 주민들이 가재도구를 나르고 있다.
옷 등을 나르고 있던 4층 주민 김아무개(60)씨는 “가만히 서 있어도 건물이 흔들거린다. 강한 규모의 지진이 한 번 더 나면 완전히 무너질 것 같아 두렵다. 이곳에서 살 수 없다. 날은 추워지는데 살 곳이 없어 걱정이 태산”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건물 30가구 전체 주민은 체육관 등에 모두 대피한 상태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 이(E)동 벽면 자체가 비틀려 갈라졌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 이(E)동 벽면 자체가 비틀려 갈라졌다.
북구 환여동의 대동빌라엔 지진이 발생할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빌라 외벽 곳곳은 무너져내렸고, 외벽 쪽에 주차한 차량은 앞유리가 크게 파손된 상태였다. 빌라 안쪽 계단은 거미줄 같은 균열이 나 있었다. 건물 안쪽 집들은 폭격을 맞은 것처럼 천장이 무너진 상태였다. 박천석(53)씨는 “81가구 300여명은 바로 근처 대도중에서 지내고 있다. 학생들이 등교하면 자리를 비워야 하는데, 머무를 곳이 없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시 북구 환여동의 대동빌라 모습.
경북 포항시 북구 환여동의 대동빌라 모습.
포항시는 앞서 이들 건물을 전수조사하고 대성아파트는 사용제한, 대동빌라는 위험 판정을 내렸다. 이날 다시 대동빌라를 살펴본 건축사협회 구조안전진단팀은 “정밀진단이 필요하지만, 구조적 균열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부분 보수해 건물을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무너진 건물을 고쳐서 다시 살라는 말이냐”는 주민들의 울음 섞인 고성과 한숨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정부는 이날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빈집 160채를 이재민 임시 거주공간으로 지원한다고 밝혔다. 포항/글·사진 김영동 임재우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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