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는 지난 2일 포항시 북구에서 포항 지진 피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항소한 정부 규탄 집회를 열었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 제공
정부가 경북 포항 지진 피해의 국가책임을 인정한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4일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범대본)의 말을 들어보면, 지난 2일 포항시 북구에서 포항 지진 피해 손해배상청구 소송 1심 판결에 항소한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지난달 16일 대구지법 포항지원 민사1부(재판장 박현숙)는 범대본 등 지진 피해 포항시민 4만7000여명이 정부와 포스코 등을 상대로 제기한 정신적 피해 손해배상청구 소송 1심에서 2017년 11월15일 지진(규모 5.4)과 2018년 2월11일 지진(규모 4.6)을 모두 겪은 시민에게 300만원, 두 지진 가운데 한 번만 겪은 시민에게 2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10년부터 벌인 정부의 지열발전사업과 지진의 인과관계를 인정해 국가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포스코는 지난달 23일 “포스코는 지열발전 외부 구조물만 만들어 참여한 만큼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항소한 바 있다. 범대본은 같은달 29일 “손해배상청구 금액 1000만원 가운데 300만원밖에 인정받지 못했다”며 항소했다.
정부 소송대리를 맡은 정부법무공단은 지난달 30일 항소했다. 정부법무공단 쪽은 “대규모 국가사업의 책임 귀속과 범위, 배상액의 산정 방식 등 법적으로 중요한 쟁점을 내포하고 있어 소송 수행청인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의견을 들 항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모성은 범대본 의장은 “정부는 1심 소송을 5년 넘게 끌며 소송 지연 전략을 썼다. 손해배상 소멸시효가 촉박하게 남아 포항시민이 소송 동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정부는 의도적으로 항소장도 늦게 제출하며 또다시 꼼수를 썼다”고 말했다. 포항지진 피해구제 특별법에 따라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는 내년 3월20일이다.
지난달 23일 포항시 남구 오천읍 행정복지센터에 포항지진 안내 상담을 받기 위해 시민들이 방문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포항시는 1심 판결 결과에 따라 지역에서 대규모 소송이 이어질 것을 우려해 정부에 일괄 배상을 요청하고 나섰다. 포항시 관계자는 “이번 1심 결과는 법원이 포항지진이 지열 발전사업에 의한 촉발 지진임을 인정해 국가 배상책임을 확인해 준 것이다. 노인 등 제때 손해배상을 신청하지 못해 피해를 보는 주민이 없도록 국가 차원의 대책을 건의했다”고 말했다.
포항지진은 2017년 11월15일 포항 북구에서 진도 5.4규모로 일어났다. 이 지진으로 1명이 숨지고, 117명이 다쳤다. 이 지진은 기상청 관측 역사상 두 번째로 컸으며, 이듬해까지 크고 작은 여진이 계속돼 피해가 이어졌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배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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