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경북 포항 북구 흥해읍 남산초 체육관에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다. 포항/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어젯밤 11시 한참 넘어서 큰 여진이 왔는데 여기 체육관이 크게 울렸어요. 잠을 자던 사람들이 다 깨고, 아이들은 울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집에 돌아갔다가 강한 여진으로 놀라서 이불만 들고 다시 체육관으로 돌아온 사람도 있었다니까요.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지….”
20일 오전 11시께 경북 포항 북구 흥해읍 남산초등학교 체육관에서 만난 대성아파트 주민 김아무개씨는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임시 대피시설이 마련된 체육관 안에는 주민 200여명이 모여 있었다. 잠든 주민이 많았다. 화장실로 양치하러 가거나 빵을 먹는 사람도 있었다. 뜨개질을 하는 사람도 보였다. 모두 피곤해 보였다.
주민 조아무개(40)씨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70살이 넘었는데 나 없이는 짐을 챙겨서 움직이는 게 힘들다. 지난주 금요일부터 회사에 연차를 내고 부모님과 함께 있는데 내일부터 출근을 해야 한다. 어젯밤과 오늘 새벽에도 큰 여진이 있었는데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날은 포항 학생들이 닷새 만에 등교하는 날이었다. 하지만 전날 밤 11시45분 규모 3.5의 강한 여진이 또 포항을 흔들었다. 이어 이날 아침 6시5분에도 규모 3.6의 여진이 이어졌다. 지난 15일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일어난 뒤 57·58번째 여진이었다. 등교를 앞두고 강한 여진이 두번이나 잇따라 일어난 것이다. 58번의 여진 중 52번은 규모 2.0~3.0이었다.
포항여고 3학년 정유정(18)양은 “오늘 새벽에 여진이 있어서 놀란 마음에 혹시 휴교 연장을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정상 등교를 했다. 수능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는데 친구들도 많이 놀랐는지 학교는 좀 혼란스러운 분위기였다. 이번주 수능 칠 때 작은 여진이라도 제발 안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번의 강한 여진이 일어난 뒤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오후 2시께 포항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 주변에는 다니는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아파트 앞에는 부서진 텔레비전과 대야, 그릇을 비롯해 상자와 페트병이 가득 쌓여 있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붕괴 위험으로 출입이 통제된 대성아파트 D·E·F동에서는 집 안 물건을 옮기는 주민들이 많았지만 이날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주민이 들어와 살고 있는 아파트 A·B·C동도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대성아파트 E동에 살다가 피신한 주민 손진용(69)씨는 “집이 붕괴 위험이 있어 아내와 주변 아파트를 얻어 지내는데, 어제와 오늘 센 여진이 두번이나 와서 자다가 벌떡 일어났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제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고, 지진이 안 와도 지진이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더 큰 지진이 오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북구 환호동 ㅊ아파트에 사는 김상기(73)씨는 “대도중학교 체육관에 있다가 너무 추워서 이틀 전부터 집으로 돌아왔는데, 큰 지진이 연달아 두번이나 일어나서 놀랐다. 우리 아파트 주민들 중에서도 일부는 아직 불안하다며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더 큰 지진이 올까 불안한데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12일 경북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640번의 여진이 이어졌다. 당시 여진은 그해 9월24일까지 13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계속됐다.
포항/김일우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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