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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개훈련도 아니고” 일주일 동안 3번 옮겨다닌 이재민들

등록 2017-11-22 09:41수정 2017-11-22 10:17

지난해 경주 지진으로 ‘지진 현장조치 행동매뉴얼’ 제작
공무원 경험 부족에 매뉴얼 구체성 떨어져 현장 혼란
21일 오전 11시께 경북 포항 북구 흥해실내체육관에 들어온 이재민들이 텐트 안을 정리하고 있다. 포항/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21일 오전 11시께 경북 포항 북구 흥해실내체육관에 들어온 이재민들이 텐트 안을 정리하고 있다. 포항/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똥개 훈련도 아니고 이게 뭐예요. 도대체 몇번을 피난 다녀야 되는 거죠?”

21일 오후 3시 경북 포항 북구 흥해실내체육관 입구에서 이재민들이 공무원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농구 코트 크기의 체육관 안에는 분홍색 텐트가 221개 쳐져 있다. 체육관 전체 바닥에는 매트가 두 겹으로 깔려 있다. 지난 15일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일어난 이후 공무원의 안내에 따라 세번이나 임시 주거시설을 맴돈 이재민들은 예민해져 있었다.

흥해읍 쪽 이재민들은 15일 흥해실내체육관에 처음 머물렀다. 사생활, 위생, 건강 문제 등이 생기자 포항시는 19일 이재민들을 근처 남산초와 흥해공고 체육관으로 임시 분산했다. 텅 빈 흥해실내체육관에는 바닥에 매트를 깔고 텐트를 세웠다. 이날 오전 10시50분께부터는 남산초와 흥해공고로 가 있던 이재민들을 체육관에 돌아가도록 했다.

대성아파트 E동에 사는 권혜은(51)씨는 “일주일 동안 세번이나 짐을 싸고 풀기를 반복하면서 대피소를 옮겨 다녔다. 텐트가 쳐져 있어 옷이라도 갈아입을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장기적으로 보고 주거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항시가 큰 지진을 처음 겪어 우왕좌왕하는 것도 있지만 구체적인 지진 매뉴얼이 없어 혼란을 더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9월 경북 경주 지진을 계기로 전국 자치단체에 ‘지진 현장조치 행동매뉴얼’을 만들어 보냈다. 하지만 A4용지 162장의 이 매뉴얼에는 각 기관과 부서의 대략적인 역할 등만 담겨 있다. 이재민 대책과 관련해서는 ‘장기 이재민에 대한 대책 마련’, ‘이재민 적극 지원 및 불편 최소화’ 등과 같이 추상적인 내용만 적혀 있다.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이재민 보호·관리 대책은 들어 있지 않다.

포항시 관계자는 “오늘부터 주택 피해가 큰 이재민들부터 체육관에 선별적으로 받다 보니 혼란이 있다. 지진 매뉴얼에도 임시 거주시설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고 털어놨다. 신지혜 행안부 재난구호과장은 “대응 매뉴얼에는 ‘이재민의 불편사항을 최소화한다’ 이상의 규정은 없다. 임시 주거시설 규정이나 이재민 보호를 위한 더 세심한 규정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현장 매뉴얼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서 만들었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사라져버린 뒤 박근혜 정부에서도 복원되지 않았다. 류희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2014년 <한겨레21>과 한 인터뷰에서 “참여정부 당시 실제 현장에 출동하는 지역 경찰서·소방서·군부대·지방자치단체 등의 행동지침을 담은 ‘현장조치 행동매뉴얼’ 2400여권과 대규모 인명피해 선박사고 대응 매뉴얼 등 총 8종의 주요 상황 대응 매뉴얼을 따로 만들었으나 청와대에 재난 관리 컨트롤타워 기능이 사라지면서 군사안보를 뺀 3분의 2가량의 재난 매뉴얼이 각 부처로 보내졌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매뉴얼이 사라진 것이다.

김용균 행안부 재난대응정책과장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규모 재난이 났을 땐 청와대가 관리할 수 있도록 위기관리 매뉴얼을 복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포항/김일우 임재우 기자, 남은주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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