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2시께 학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예비소집에 참석하려고 경북 포항 북구 포항여자고등학교에 들어가고 있다. 포항/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여러분, 안내 동영상을 시청해야 하는데 그러면 체육관에 들어가야만 합니다. 체육관에서 동영상 시청하고 싶은 사람은 손 들어주세요.”
22일 오후 2시께 경북 포항 북구 포항여자고등학교 운동장. 엄기복 교감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예비소집에 나온 학생 300여명에게 이렇게 물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단 한 명의 학생도 손을 들지 않았다. 포항여고는 지난 15일 포항 지진으로 건물에 금이 가고 담이 무너지는 등 피해를 입었던 학교다. “아무도 없군요. 그럼 수험표를 나눠주도록 하겠습니다.” 엄 교감이 말했다.
포항여고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수험표와 함께 ‘수능 지진 대처 단계별 행동 요령’이라고 적힌 안내문을 나눠줬다. 안내문에는 수능을 치다가 지진이 났을 때 수험생이 대처해야 하는 방법이 적혀 있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포항의 12개 수능 시험장과 함께 예비 시험장의 학교도 안내돼 있었다. 몇몇 학생들은 인형을 안고 있었다. ‘곰돌이 푸’ 인형을 들고 있는 학생에게 이유를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지진 났을 때 머리를 보호하려고요.”
22일 오후 2시께 학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예비소집에 참석하려고 경북 포항 북구 포항여자고등학교에 들어가고 있다. 포항/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학생들은 조금 안정을 찾은 것 같아 보였다. 포항에서는 이틀째 강한 여진이 일어나지 않았다. 포항에서는 지난 19일과 20일 각각 규모 3.5와 3.6의 강한 여진이 일어났다. 이후 21일에도 세번의 여진이 있었지만 규모는 2.0~2.4에 그쳤다.
포항여고 3학년 김도연(18)양은 “수능 전날 지진이 와서 수능이 연기된다고 했을 때 3년 동안 공부한 게 다 날아갈 것 같아서 펑펑 울었다. 이후 계속 여진이 이어져서 3일 동안은 공부를 하나도 못했다. 최근 며칠 동안 좀 잠잠해져서 집에서 공부를 좀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도연양은 “수능을 치다가 지진이 올지가 걱정인데 특히 영어듣기 도중 여진이 날까 봐 불안하다”고 했다.
예비소집은 운동장에서 20분 만에 끝났다. 학생들이 건물에 들어가는 것을 기피해 포항의 수능 예비소집은 대부분 운동장에서 이뤄졌다. 학생들은 수험표와 안내문을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엄 교감은 학생들에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무사히 수능 마치고 밝은 얼굴로 만납시다.”
포항/김일우 임재우 기자
coo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