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을 하던 중 사고를 당해 숨진 고 이민호 학생의 발인이 엄수된 6일 오전 제주도 제주시 양지공원에서 이 군의 유족들이 이 군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관망실로 향하고 있다. 이 군의 영정사진은 지난 7월 이 군이 현장실습을 나가기 전 찍은 졸업사진이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현장실습 중 숨진 고 이민호(18)군 장례식이 치러진 6일 제주 서귀포산업과학고. 이날 오전 9시 이군의 운구차를 맞이하려고 이 학교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교문에서부터 체육관까지 양쪽으로 길게 늘어섰다. 민호군을 보내는 친구들과 후배들은 슬픔과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장례식 때 어떻게든 눈물을 참아보려고 애썼어요. 다른 학생들도 다 비슷할 거예요. 선배가 하늘에서 보는데 같이 슬퍼할 것 같아서…” 이 학교 2학년 양광수(17)군은 “후배들을 잘 챙겨주는 선배였다. 발명동아리 활동 때 전동 드릴 같은 기계를 사용할 때면 ‘전동 도구를 사용할 때는 절대 장난치지 마라’고 안전 수칙을 알려주는 자상한 선배였다”고 이군을 기억했다.
민호군과 같은 반 친구 김정률(18)군은 “사고 소식을 듣고 많이 슬펐다. 3년 동안 같은 반이어서 같이 지냈던 일이 떠올랐다. 1학년 수학여행 가서 같이 재미있게 놀았던 일이 생각난다. 좋은데 잘 가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친구 주광혁(18)군도 “착한 친구여서 원예실습 때 많이 도와주기도 했다. 힘들어서 말을 잇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반 친구 현성빈(18)군은 “민호가 현장실습을 나가 돈 벌어서 좋다고 했다. 자기가 회사에서 제일 일 잘한다고 칭찬받는다고 했는데…”라고 안타까워 했다. 현장실습을 하다 민호군 사고 뒤 복교한 3학년 양우석(18·마산업전공)은 “승마장과 목장에서 말을 관리하는 일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어서 괜찮았다”며 “일을 배우러 간 민호에게 회사 쪽이 정직하게 시간을 준수하고 직원이 같이 일 했으면 민호에게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호군은 학교를 다닐 때 자격증을 먼저 따려고 했고 빨리 취업해 부모를 돕겠다고 했다. 민호처럼 취업이 시급한 학생들은 최근 교육부가 내놓은 현장실습제 전면 중단 조처에 대해 걱정하기도 했다. 3학년 오룡일(18)군은 “산업과학고는 제주도 내 다른 학교에 비해 가정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이 많다. 어떤 친구는 가장이고, 어떤 친구는 용돈과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 이번에 실습이 빠지면서 우리 반 30명 가운데 2명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2학년 조기적(17)군은 “3학년이 되면 현장실습을 하려고 했는데 요즘 상황을 보면 못 나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장실습 위험성을 강조하는데 그치지 말고, 특성화고 직업교육의 특수성을 감안해 질높은 고졸 일자리를 만드는데도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9일 제주시 구좌읍 ㅈ사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온 이민호군은 같은 달 19일 숨졌다. 이군 장례식은 애초 지난달 21일 치를 예정이었으나 유족과 회사 쪽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미뤄지다 이날 장례식을 치렀다.
서귀포/허호준 고한솔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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