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만5000V의 초고압 송전탑과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곳에 들어선 용인시민체육공원.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용인시청에서 기흥구 동백으로 가다 보면 ‘용’(龍)이 승천하는 듯한 형상의 거대한 원형 경기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용인시가 3200억원을 들여 지은 용인시민체육공원의 주경기장(3만7155석·연면적 7만3316㎡)이다. 지난 20일, 내년 1월 말 준공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그런데 주경기장에서 불과 40여m 떨어진 곳에는 커다란 송전탑이 놓여 있었다. 34만5000V의 초고압 송전탑과 송전선로가 경기장 뒤쪽을 빙 둘러 가는 형태로, 경기장 주변 100m 안팎에만 2개의 송전탑이 있었다.
이곳엔 어린이 문화시설인 ‘키즈아트랩’이 내년에 들어선다. 주경기장 내 수익시설의 92%에 해당하는 1만5877㎡를 비수익시설로 전환해 책놀이터, 체험전시관, 문화예술 직업체험관 등 어린이 전용 시설로 꾸미는 것이다. 시는 리모델링비 19억1000만원과 운영비 5억6000만원을 2018년도 본예산에 편성했다. 용인시의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전자파 위험이 큰 곳에 어린이가 주로 이용하는 문화시설을 짓는 것은 안 된다”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환경단체가 반대했지만, 진통 끝에 통과됐다.
애초 용인시가 ‘키즈아트랩’ 사업을 추진한 것은 궁여지책이었다. 수익시설에 대형마트나 영화관 등을 유치하려 했지만, 층고가 낮아 대형시설 입점에는 제약이 많았다. 2007년 설계 단계부터 수익시설에 대한 고려나 활용계획 수립 없이 졸속으로 추진해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터였다.
내년 1월 말 준공을 앞둔 용인시민체육공원 내 주경기장에서 불과 40여m 떨어진 곳에 34만5000V의 초고압 송전탑과 송전선로가 지나가고 있다.
그러나 시는 고압 송전탑에서의 전자파 발생이 극히 미미해 유해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지난 12일 한국전력공사가 시민체육공원 내 112곳에 대한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를 보면, 0.02~0.14μT(마이크로테슬라·EU에서 정한 전자파 강도 기준 규격)로 나타났다. 송전탑과 가장 가까운 경기장 왼쪽에서 가장 높은 0.14μT가 측정됐으나 이는 국내 전자파 법적 허용 기준인 83.3μT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이번 전자파 측정은 용인시가 한전에 공식 의뢰한 것이다.
이런 해명에도 시민체육공원 주변 환경 유해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2002년 면역 체계가 약한 어린이의 경우 0.3~0.4μT의 전자파에 장기간 노출되면 소아백혈병 발병률이 2배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더욱이 2020년이면 수도권 제2외관순환도로가 시민체육공원 경계에서 불과 20여m 지점을 통과한다. 소음과 분진, 미세먼지 발생까지 우려된다. 용인/글·사진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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