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이튿날인 지난 26일 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한 노인복지주택에서 입주민들이 ‘입주자대표회의 해체’ 등을 요구하며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해당 주택단지는 관리비 집행과 시설 운영을 둘러싸고 2년째 입주민 사이의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집회 참가 입주민 제공
지난 26일 밤 9시30분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한 노인복지주택 단지에서 난데없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60~70대 노인을 비롯한 입주자들은 “입주자대표회의 해체하라, 입대의(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즉각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쳤다. 칼바람 속에 집회는 20여분 이어졌고, ‘누군가’ 112신고를 해 경찰까지 출동하는 소동이 났다.
집회 참가 입주민 말을 종합하면, 390가구가 모여 사는 이 주택을 분양·운영하던 사업자(설치권자)가 다른 사업을 벌이다 2015년께 경영난에 시달렸다. 이 사업자는 채무 때문에 입주민이 낸 관리비까지 가압류를 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입주민 비상대책위원회에 임시로 단지 운영을 맡겼다. 조건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관리·운영권을 되돌려 받는 것이었다.
그러나 일부 입주민은 비대위를 ‘입주자대표회의’로 전환한 뒤 단지를 직접 관리했다. 하지만 다른 입주민은 “현행 노인복지법에는 노인복지주택은 공동주택이 아니어서 입대의를 만들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며 정상 운영을 위해 관리권 환원과 전문 주택관리업체의 운영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입대의 회장 등 간부진은 ‘생각이 다른’ 입주민과 민·형사 소송을 시작했다. 입대의를 부정하는 입주민은 2년 동안 20여건이 가까운 형사 고소를 당했다. 또 관리권을 둘러싼 문제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해당 단지에서 빚어진 민·형사 사건만 4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당수 입주민은 관리비 집행과 관련된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1년 가까이 별도로 만든 자치기구에 관리비를 납부하며 문제는 더 복잡해지고 있다. 결국, 이날 입주민 발의로 총회를 연 160여가구 주민은 입대의 ‘탄핵’을 결의하고 집회까지 연 것이다.
이에 대해 해당 입대의 총무이사는 “설치권자가 운영권을 넘겨 정당한 절차를 거쳐 입대의가 구성돼 법인 설립과 사업자등록도 했다”며 “일부 주민이 낸 입대의 직무정지 가처분 등 소송에서도 입대의가 모두 승소해 운영권을 인정받은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불미스러운 일들은 법망 밖에 있는 노인주택의 운영권 문제 탓이다. 정부가 합리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감독기관인 성남시는 “해당 주택은 공동주택이 아니어서 입대의 설립신고는 받아 줄 수 없다”고 통보했으나, 입대의는 여전히 운영·관리권을 내놓지 않아 당국의 적극적 개입이 없는 한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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