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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만든다고 115년 된 공장 허문 인천

등록 2018-01-04 15:20수정 2018-01-04 21:03

개항기·일제강점 역사 품은 건축물 잇단 철거
시민단체, 문호개방 중심지 인천의 가치 외면
인천시, 문화재 지정 추진 “관리방안 마련 중”
인천 중구가 지난해 5월 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철거한 115년 역사의 애경 비누공장 옛 모습.
인천 중구가 지난해 5월 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철거한 115년 역사의 애경 비누공장 옛 모습.
조선 말부터 문호 개방 중심지였던 인천은 지금도 근대 건축 유산이 많이 남아있는 곳이다. 그러나 이런 건물들이 개발 압력에 밀려 하나둘씩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근대문화유산’ 보존에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인천시가 뒤늦게 역사적 건축물 전수 조사와 국가 문화재 지정에 나섰다.

인천 중구는 사적287호 답동성당(1897년 건립) 바로 옆 인천 가톨릭회관을 철거하고, 주차장을 만드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인천 가톨릭회관은 1970~80년대 군부독재 시절 인천 민주화 운동의 상징 공간이었다. 중구는 지난해 5월에도 115년을 이어온 ‘애경’ 비누공장(1902년) 건물을 헐고 주차장을 만들었다. 이뿐 아니라 일제 강점 시대에 지은 송주옥(1930년)과 조일양조장(1939년), 동방극장(1941년)도 모두 사라지고, 그 자리에 표지석만 남았다.

철거 진행 중인 인천가톨릭회관.
철거 진행 중인 인천가톨릭회관.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를 주축으로 한 시민사회문화단체는 이들 건물이 ‘문호 개방 중심지’였던 인천의 근대문화 유산으로 존치해야 한다며 철거에 반대했다. 그러나 중구는 이들 건물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아 보존할 명분이 없다며 잇따라 철거했다. 최근에는 1921년 현대식 극장으로 지어진 ‘애관극장’도 민간 건설업자에게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인천시가 강조해온 ‘인천의 가치 재창조’가 헛구호라고 비판하고 있다.

시민단체 비판이 이어지자 인천시가 역사 건축물 보존에 나섰다. 4일 인천시는 2016년 11월 시행한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1880년대 개항기부터 1950년대까지 지어진 건축물 210곳(국가나 인천시 지정 문화재 19건 포함)을 관리 대상, 23곳을 우선 관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역사적 건축물들은 개항장 주변 원도심인 중·동구에 82%(172곳)가 밀집돼 있다.

건설업자에게 매각 추진 되는 것으로 알려진 우리나라 1920년대 현대식 극장인 애관극장의 1950년대 모습.
건설업자에게 매각 추진 되는 것으로 알려진 우리나라 1920년대 현대식 극장인 애관극장의 1950년대 모습.
이 가운데 강화성당에 있는 제대와 세례대 등 8곳만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등록문화재’가 됐다. 등록문화재는 근·현대 시기의 건축물 가운데 보존 가치가 있는 것을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자발적으로 보존·활용하게 하는 것이다. 등록문화재도 외형은 보존해야 하지만, 내부는 활용할 수 있도록 일부 개·보수가 가능하다.

인천시는 3억원을 들여 다음 달부터 내년 9월까지 건물과 다리 등 21만3천개의 주요 건축물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옛 동양제철화학 사옥 등 보존 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는 23개 건물에 대해 우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문화재로 지정을 추진 중”이라며 “역사·예술적 가치가 큰 건축물은 서둘러 문화재로 지정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사진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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