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불이 난 경기도 용인시 이동읍의 한 폐목 폐기물처리시설에서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진화작업은 16일까지 이어졌다. 사진 독자 제공
2016년 9월 불이나 12일 만에 꺼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의 폐목 폐기물처리시설에서 지난 14일 또 불이나 사흘 만에 진화됐다. ‘자연발화’로 추정되는 불이 반복되고 있지만, 화재 예방을 위한 안전대책이 뒤따르지 않아 ‘화약고’라는 지적이 나온다.
불은 지난 14일 오전 5시41분께 주민의 신고로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에 나선 지 사흘만인 16일 오전 7시30분께 꺼졌다. 야적장에 쌓인 폐기 목재 2000여t 중 350t가량이 불에 탔다. 진화 인력만 114명이 투입됐고, 소방차 37개, 소방헬기까지 투입됐다.
소방당국은 자연발화에 의한 화재로 추정했다. 장기간 쌓인 폐기 목재가 내부에서 부식되면서 발생한 발효열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발화했다는 것이다. 건초나 석탄, 목재 등 가연성 물질이 대량으로 쌓여 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일 불이 난 경기도 용인시 이동읍의 한 폐목 폐기물처리시설에서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진화작업은 16일까지 이어졌다. 사진 독자 제공
이 폐목 야적장은 앞서 지난 2014년 7월, 2016년 1월과 9월에도 불이 났다. 소방당국은 자연발화를 화재원인으로 보고했다. 2016년 9월 화재 당시 이 업체의 신고된 허용 폐목 보관량은 2240t(25일 이내) 규모지만, 야적장에 쌓인 폐목은 4배가 넘는 1만t(소방서 추산)에 달했다. 진화작업을 위해 다른 곳으로 옮긴 폐목만 4600t이었다. 매년 2회 현장 지도점검을 소홀히 한 용인시의 부실한 관리·감독도 한몫했다.
이처럼 수차례 비슷한 화재가 발생했지만, 별다른 화재 예방 안전조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야적장 주변 공장과 인근 마을주민들은 언제 대형 화재가 발생할지 모르는 ‘화약고’라며 우려했다. 주민 이아무개(남)씨는 “야적장이 산에서 가까워서 불이 나면 산불로 이어질 수도 있다. 더욱이 언제 또 불이 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가구 등 목제 폐기물을 처리하는 용인의 다른 업체에서도 자연발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보고되는 등 폐목 야적장 화재가 잇따르자 용인시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는 현장 지도점검을 강화하기로 하는 한편, 적치 폐목 처리 절차 개선 등을 업체에 주문했다. 장기간 쌓인 폐목부터 처리해 내부 발효열이 축적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업체와 소방당국 등과 논의해 폐목 야적장에 대한 세부적인 화재 예방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용인/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