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에코넷 등 인천지역 9개 시민·환경단체는 25일 시청 기자회견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시는 사월마을의 환경문제를 외면 말고, 당장 이주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쇳가루·먼지 뒤덮은 수도권매립지 옆 인천 사월마을의 주민들이 암 등 각종 질병에 신음하는 것과 관련해(
‘쇳가루 바람’ 부는 인천 사월마을, 주민 건강 ‘심각’) 지역 시민단체들이 인천시에 이주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글로벌에코넷 등 인천지역 9개 시민·환경단체는 25일 시청 기자회견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시는 사월마을의 환경문제를 외면 말고, 당장 이주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환경부가 지난해 연말 사월마을 ‘주민건강영향조사’를 결정해 올해 8월까지 조사가 이뤄지지만, 마을 주민들은 그 시간 동안 계속해서 먼지와 쇳가루에 고통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인천 서구 왕길동 사월마을 주변 곳곳에서 쇳가루가 자석에 묻어나온다. 사진 사월마을환경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이들은 또 “2016년부터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유정복 인천시장은 한번 방문조차 하지 않았다. 유 시장은 병들어 가는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하루빨리 이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라”고 요구했다.
인천시 서구 수도권매립지에서 불과 1㎞ 남짓 떨어진 곳에 있는 사월마을은 연중 날림먼지에 빨래 건조 등 일상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로 시달리고 있다. 2000년대부터 마을 주변에 각종 폐기물처리장을 비롯해 제조공장 등 100여곳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쇳가루까지 마을을 뒤덮었다. 마을에 암 등 질병 환자가 속출하자 주민들은 지난해 초 환경부에 건강영향조사 청원서를 제출했다.
청원서를 제출한 주민 49명의 의무 기록에서 5명은 암, 32명은 순환기계 질환, 16명은 내분비계 질환을 진단받았다. 주민 10명을 대상으로 한 혈액과 소변 검사 결과, 소변 중 카드뮴 수치가 일반 국민 평균 0.76(㎍/ℓ)보다 2배가량 높은 1.30~1.84로 나왔다.
마을 인근의 토양은 납(21.8~130.6㎎/㎏), 니켈(10.9~54.7㎎/㎏)이 전국 평균(각각 29.7㎎/㎏, 13.8㎎/㎏)보다 높았고, 대기 중 미세먼지의 농도(PM10 69㎍/㎥, PM2.5 33㎍/㎥)도 연평균 환경기준(PM10 50㎍/㎥, PM2.5 25㎍/㎥)보다 높았다.
김선홍 글로벌에코넷 상임회장은 “건강영향조사가 자칫 원인 제공자와 인천시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며 “인천시는 건강영향조사 결과 발표만 기다리지 말고, 곧바로 주민 이주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