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7시 30분께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불이나 소방대원이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에서 26일 불이 나, 이날 오후 3시14분 현재 37명이 숨지고 125명이 다쳤다. 사망자에는 당직 의사 등 의료진 3명도 포함됐다.
경남소방본부와 경남지방경찰청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날 아침 7시30분께 밀양 세종병원 1층 응급실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불이 났다. 당시 응급실에 근무하던 간호사 2명은 “불이야”라고 소리를 치며 뛰어나와 119에 신고했다. 이들은 “뒤쪽에서 갑자기 불이 났는데, 이유는 모르겠다”고 소방당국에 밝혔다.
화재 당시 지상 5층 건물인 세종병원에는 100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었다. 특히 3층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던 15명은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상태였다. 세종병원과 맞붙은 지상 6층 건물의 세종요양병원에는 혼자 거동하기 어려운 환자 94명이 입원해 있었다.
불이 나자 소방당국은 소방헬기 2대, 소방차 40여대를 동원해 진화작업에 나섰고, 아침 8시15분께 구조대원이 세종병원에 진입해 인명구조를 시작했다. 소방당국은 오전 10시30분께 불을 완전히 껐고, 불길은 2층에서 멈췄다.
소방당국은 환자들은 건물 밖으로 대피시키고, 부상자 70여명을 제일병원, 밀양병원, 나노병원, 윤병원, 행복한병원, 굿모닝병원, 숲속요양병원, 삼성창원병원 등으로 이송했다. 구조 당시에는 사망자가 8명이었으나, 병원으로 이송되거나 이송 과정에서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해 오후 3시14분 현재 사망자는 37명으로 늘어났다. 세종병원 사망자는 한때 41명으로 알려졌으나 일부가 중복집계돼 37명이라고 소방당국은 밝혔다. 요양병원에서 대피한 환자는 모두 무사하다.
최만우 밀양소방서장은 “사망자는 1층과 2층에서 대부분 발생했고, 5층에서도 일부 사망자가 발생했다. 병원 내부 수색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는데, 불에 타서 숨진 사람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밀양 보건소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병원에 도착한 뒤에 사망한 환자가 25명으로 대부분 질식사”라며 “다만 중환자 중 10여명이 위중한 상황이라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경남경찰청은 경남경찰청 2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를 밀양경찰서에 설치하고, 목격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한편 세종병원 손경철 이사장은 이날 오후 “9명의 당직자 중 의사 1명, 간호사 1명, 간호조무사 1명 등 3명의 의료진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손 이사장은 밀양시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최초 목격자 말에 따르면 응급실 안에 있는 스탠드형 냉난방기에서 불이 났다고 한다”며 “당직 의사는 1층에서, 책임 간호사와 조무사 각각 1분은 2층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고령의 어르신 환자들을 구하려다 화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건축법에 위반되지 않은 내장재를 사용했다. 소방점검도 꾸준히 받아왔다. 건물 규모가 작아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