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밀양세종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건물 내부를 수색하고 있다. 경남신문 제공
26일 사망 37명, 부상 120여명의 인명피해를 낸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사고는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이 3분만에 현장에 도착해, 성공적으로 불을 껐음에도 인명피해가 너무 커 안타까움과 함께 여러 의문점을 낳고 있다.
밀양소방서와 밀양보건소 설명을 종합하면, 이날 화재는 아침 7시30분께 세종병원 1층 응급실에서 발생했다. 당시 응급실엔 환자가 없었고, 당직의료진만 있었다.
화재 발생 직후 원무과 직원 1명과 간호사 1명이 소화기로 불을 끄려 했으나 실패했고, 7시32분께 119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3분 뒤인 7시35분 첫 소방차가 도착해 화재진화 작업에 들어갔고, 오전 10시26분 불을 완전히 껐다. 불은 건물 중앙계단을 통해 윗층으로 번질 수 있었으나, 소방당국은 소방헬기 2대와 소방차 40여대를 동원해 전체 5층 건물인 병원의 2층에서 불길을 잡았다.
이에 앞서 오전 9시18분 건물 안에 있던 환자 83명과 보호자, 의료진 9명 등 173명을 모두 건물 밖으로 대피시켰다. 또 세종병원과 맞붙은 세종요양병원에도 혼자 거동하기 어려운 입원환자 94명 등이 있었으나, 이들도 모두 구조했다.
그러나 혼자 스스로 대피하기 어려운 고령의 중환자가 많아, 이미 가스에 질식한 상태에서 구조되는 바람에 인명피해가 컸다. 전체 사망자 37명 중 24명이 구조된 이후 사망했다. 특히 3층 중환자실에는 15명이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상태로 입원해 있었는데, 이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조처가 제대로 이뤄진 상태에서 대피시켰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구조인력이 세종병원과 맞붙어 있는 세종요양병원의 환자들도 동시에 대피시키느라 분산된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6일 오전 7시 32분께 화재가 발생한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요양병원 사고현장. 경남도민일보 제공
스프링클러나 옥내소화전을 갖추지 않은 점도 피해를 키웠다. 그러나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바닥면적 1000㎡ 이상인 병원에 스프링클러, 연면적 1500㎡ 이상 병원에 옥내소화전을 설치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 병원은 바닥면적 394.78㎡에 연면적 1489.32㎡로 스프링클러와 옥내소화전 모두 의무 설치대상 건물이 아니었다. 이 때문에 다중이용시설인 병원의 자체 화재예방 시설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사고 직후부터 쏟아지고 있다.
또 밀양소방서장은 “현장에 도착해서 보니, 불길은 1층에만 치솟고 있었지만, 검은 연기가 건물 전체에 가득했다”고 말했다. 사고를 목격한 여러 시민들도 “숨을 쉴 수 없을만큼 매케한 연기 때문에 병원 가까이 접근할 수도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국가화재정보센터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사망자의 60%가 불 자체가 아닌 연기에 질식해서 목숨을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있는 병원에서는 벽면 내외장재는 물론 침대와 커튼 등도 불에 잘 타지 않고 유독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재질을 사용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밀양/최상원 김영동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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