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경북 밀양 상남면 밀양경찰서 4층 대강당에서 수사본부 부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한수 경남경찰청 형사과장이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37명이 숨진 밀양 세종병원 화재는 병원 1층 응급실 안에 있는 환복·탕비실 천장에서 처음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화재 원인은 천장에 있는 전선의 ‘전기적 요인에 의한 발화’ 때문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고’ 수사본부는 27일 저녁 밀양경찰서 대강당에서 합동 현장감식 중간결과를 설명하며, 이렇게 밝혔다. 수사본부 부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한수 경남경찰청 형사과장은 “세종병원 1층 모든 곳의 탄화물과 낙화물을 정밀감식한 결과, 응급실 안에 간이 설치된 환복·탕비실 천장에서 최초 발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천장에 배선된 전선을 수거해 정밀감정 후 화재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장감식을 이끌었던 고재모 국립과학수사원 법안전과장은 “누전은 아니며, 전선 문제로 화재가 났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확히 표현하면 전기적 요인에 의한 발화”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응급실 안 환복·탕비실은 건축대장에 나타나있지 않다. 애초 없던 시설을 추가로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시설 설치과정에 발생한 문제가 화재 원인인지 여부는 수사해야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국과수 법의관 현장 검안 결과, 숨진 37명 중 33명의 직접적 사망원인은 연기에 의한 질식사로 밝혀졌다. 하지만 나머지 4명의 사인은 밝혀내지 못했다. 이들 4명 중 3명은 3층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있던 환자였고, 나머지 1명은 일반병실에 입원해 있던 90살 할머니였다. 화재 발생 직후 병원 전체가 정전되면서 인공호흡기 작동이 멈추는 바람에 인명피해가 커졌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유족 협조를 구해, 이들 4명의 주검을 부검할 방침이다. 수사본부는 “화재 발생 직후 정전된 것은 확인했지만, 비상발전기가 설치돼 있는지, 있다면 작동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남경찰청, 소방청,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시설안전공단 등 8개 기관은 이날 오전 9시3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경남 밀양 가곡동 세종병원에서 2차 합동 현장감식을 벌였다. 국과수 등은 불이 난 지점과 원인을 찾기 위해 병원 1층 응급실을 중심으로 발굴을 해 이런 결과를 내놨다. 국과수 등은 28일에는 3차 합동 현장감식을 통해 병원 전체 층을 살펴볼 계획이다. 밀양/글·사진 최상원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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