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 참사로 숨진 희생자 유족이 밀양시 공설 화장장으로 가고 있다. 사진 김영동 기자
“엄마, 엄마….”
지난 26일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 참사로 숨진 강아무개(88)씨의 딸은 어머니의 주검이 밀양시 공설 화장장 화로로 들어가자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유족들은 굳은 표정으로 입술을 꽉 깨물었다. 강씨의 아들은 “할 말이 많지만, 지금은 경황이 없어 아무런 말을 하고 싶지 않다”고만 했다. 유족들은 화장하기 직전 강씨와 마지막 인사를 했다.
강씨는 불이 나기 하루 전인 지난 25일 세종병원 3층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감기 증상이 있었는데, 폐렴으로 번질까 걱정된 가족들이 권했다. 화재 당시 강씨를 구하려고 세종병원으로 달려간 아들은 환자들을 구한 뒤 유독가스를 마셨다. 강씨 옆에서 병간호했던 딸도 탈출과정에서 다쳤다고 했다. 밀양에서 소방관으로 일하는 손주는 사고 수습을 하느라 강씨의 빈소를 지키지 못하다 이날 장례식에 겨우 참석한 것으로 유족은 전했다. 강씨의 주검은 화장을 마친 뒤 경남에 있는 가족묘지에 안치됐다.
화재 당시 당직 의사로 일하다 숨진 민아무개(59)씨의 발인식도 이날 치러졌다. 민씨는 당시 환자들을 구하려고 애쓰다가 병원 2층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민씨는 야간 당직 의료진이 부족한 밀양의 의료사정 때문에 세종병원에 당직 지원을 간 것으로 전해졌다. 빈소가 부족해 장례를 치르지 못했다가 지난 29일 ㅅ병원에 빈소가 꾸려졌다. 또 화재 당시 구조된 뒤 다른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다가 숨진 김아무개(86)씨 등 희생자 2명의 장례식도 엄수됐다.
세종병원 화재 참사 엿새째인 이날 희생자 4명의 장례식이 치러지면서, 희생자 39명의 장례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 화재 참사로 다친 사람은 151명이다. 부상자들은 근처 30여개 병원에 분산돼 치료를 받고 있다. 밀양문화체육회관에 차려진 합동분향소에는 시민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9000여명이 넘는 시민이 분향소를 찾았다. 밀양시는 오는 3일 오전 11시께 합동분향소에서 합동위령제를 열 계획이다. 글·사진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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