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경기장 예산환수 주민소송 ‘각하’에 뿔난 인천시민단체

“인천시, 민자투자기업에 165억원 부당 지원”
시민단체, 위법 여부 판단 안 한 재판부 유감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는 2016년 8월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시가 대한항공이 출자해 설립한 ㈜왕산레저개발에 부당 지원한 167억원을 환수해야 한다는 내용의 주민소송 취지를 설명했다. 사진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제공

인천지역 시민단체가 인천시를 상대로 제기한 왕산마리나 요트경기장 예산환수 주민소송에 대해 법원이 각하했다. 이 단체는 법원이 불법예산집행에 대한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잘못된 행정행위를 그대로 수용했다며 반발,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는 12일 논평을 내고 왕산마리나 요트경기장 예산환수 주민소송을 각하한 인천지법에 유감을 표명했다. ‘각하’는 본안 심리에 들어가지 않고 소나 청구의 심사를 받을 요건이 되지 않아 심리를 종료하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 2016년 8월 인천시가 대한항공이 출자해 설립한 ㈜왕산레저개발에 부당 지원한 167억원을 환수해야 한다는 내용의 주민소송을 인천지법에 제기했다. 시는 2014년 9월 인천아시안게임 요트 경기를 치르기 위해 ㈜왕산레저개발과 협약을 맺고, 165억원을 지원해 왕산마리나 요트경기장을 조성했다. 이들은 ‘민간이 투자하는 시설에는 예산지원을 금지’한 국제대회지원법 제23조 제1항을 위반했다며 주민소송을 냈다.

이들은 이날 논평에서 “재판부는 2016년 5월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왕산마리나 요트경기장 조성사업 주민감사 청구심의회 결과 ‘각하’됐다. 재판부는 감사청구가 심의단계에서 수리조차 되지 못한 채 각하됐으므로 소송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은 이런 판단이 재판부의 오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방자치법 제17조는 주민감사가 각하될 경우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없을 뿐 아니라 감사청구 뒤 60일 이내에 주민감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경우에도 주민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보면, 주민감사를 ‘거친다’라는 사실행위만으로도 이 사건 주민소송의 소 제기 요건은 충족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감사결과에 감사 각하, 감사 기각, 감사 실시 결과 조치 등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재판부가 국제대회지원법 여부 등은 판단하지 않고, 기각을 각하로 오판·오기한 문체부의 뒤에 숨어버렸다”고 지적하며 “지방정부의 방만하고 불법적인 예산지원을 바로잡고 위법성을 밝혀내기 위해 즉각 항소를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이정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