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에 시달려 이혼하려는 며느리에게 “외도했다”는 자술서를 받아내기 위해 수갑을 채워 감금·폭행한 시부모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김아무개(58·여)씨는 2016년 11월, 뉴질랜드에 사는 아들이 며느리 ㄱ(27·여)씨와 이혼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듣게 됐다. 김씨는 아들 부부의 이혼이 ㄱ씨의 외도 때문으로 믿고, 남편(61)과 함께 ㄱ씨의 자백을 받아내기로 마음먹었다.
김씨 부부는 2017년 1월 국내에 잠시 입국한 ㄱ씨를 인천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 뒤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웠다는 것을 말하라”고 추궁하며 ㄱ씨의 뺨을 수차례 때렸다. 또 밖으로 도망가려던 ㄱ씨를 붙잡아 왼쪽 팔과 왼쪽 다리에 수갑을 채워 침대 다리에 결박했다. ㄱ씨가 소리치지 못하도록 입에는 스카프로 재갈까지 물렸다.
ㄱ씨가 소유하고 있던 수갑은 2016년 여름께 경찰이 분실한 것을 주운 뒤 반환하지 않고 보관한 것이다. 김씨 부부는 ㄱ씨의 부모를 만나기 위해 외출하면서 “도망치면 일이 더 커질 것”이라며 위협하기도 했다.
김씨 부부는 결국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상해, 공동감금, 공동강요), 경찰제복 및 경찰장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인천지법 제6형사부(재판장 최한돈)는 지난 21일 김씨 부부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는 남편의 폭력에 시달려 이혼을 결심했다. 그럼에도 피의자들은 수사기관에서 오히려 피해자에게 맞았다고 주장하는 등 죄질이 불량해 엄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피해자와 김씨 부부의 아들 간 이혼 조정이 성립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항소심에서 반성한 점 등을 고려해 감형했다. 김씨 부부는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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