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대구시의회 현관 앞에서 정의당 대구시당 장태수 위원장(왼쪽)과 김성년 부위원장이 기초의원 4인 선거구를 쪼개지 말 것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에서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의 기초의원(시·군·구) 선거구 쪼개기가 한창이다. 대전·경북·경기 시·도의회에 이어 16일에는 부산·경남·인천 시·도의회도 선거구를 쪼갰다. 각 시·도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2인 선거구를 줄이는 대신 3·4인 선거구를 늘리는 획정안을 내놨지만 무시했다. 작은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획정안대로 선거구를 의결해달라고 외쳤지만 이들은 귀를 막았다.
각 시·도의회가 3·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쪼개면서 말하는 표면적 이유는 선거지역이 넓어져 생활밀착형 의정 활동이 어렵고 선거 비용이 늘고 자격 미달 당선자가 나올 수 있다는 점 등이다. 이들은 교통 등 지역 특성과 정서를 무시하고 4인 선거구를 만들려는 것은 무리수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거대 정당이 3·4인 선거구를 쪼개 2인 선거구 중심의 기초의원 선거구를 고집하는 진짜 이유는, ‘밥그릇’ 때문이다. 2인 선거구에서는 거대 양당 즉, 원내 제1당이나 2당 공천을 받으면 죽은 사람도 당선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거대 정당들은 명분이 떨어지는 이런 이야기를 대놓고 하지는 않는다.
16일 이름 밝히기를 꺼린 대전시의회 민주당 쪽 관계자는 “한 석이라도 더 확보해야 한다. 지난번에는 원내 제1당이 아니어서 겪는 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민주당 소속 의원이 71%인 대전시의회에서 선거구를 쪼개자 김윤기 정의당 대전시당 위원장은 “적폐세력과 손잡고 이런 행동을 하는 민주당을 보며 참담했다”고 한탄했다. 지방적폐 수호자를 자임해온 자유한국당뿐만 아니라 말과 행동이 다른 민주당의 위선이 합작해 ‘선거구 쪼개기’란 괴물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2014년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당시 거대 정당인 새정치민주연합과 새누리당이 전국 전체 기초의원 지역구 당선자의 47.9%와 39.3%를 나눠 가졌다. 반면 작은 정당이었던 통합진보당과 정의당은 각각 1.2%와 0.4%의 당선자를 냈다. 2인 선거구 중심으로 기초의원 선거가 치러지다 보니 표의 등가성과 비례성은 사라졌다. 2014년 지방선거 대전 광역의원 비례대표 선거에서 당시 정의당과 통합진보당은 합쳐 5.34%의 정당 지지율을 얻었다. 하지만 실제 두 정당의 기초의원 당선자는 0%였다. 강원과 충남에서도 두 정당은 기초의원을 한 석도 얻지 못했다. 소수정당을 찍은 표들은 고스란히 ‘죽은 표’가 됐다.
양대 정당 중심에다 지역주의까지 더해지며 지역 정치는 그동안 많은 문제점을 낳았다. 자치단체장을 견제해야 할 지방의회는 그 기능을 상실했고, 거대 정당들끼리 짬짜미로 기초의회 의장단 자리를 나눠 먹기 바빴다. 다양한 가치와 목소리도 존재하지 않았다. 선거구 획정위는 3·4인 선거구를 늘리며 다양한 정치 세력들이 기초의회에 들어와 다양한 목소리를 내야 이런 문제점들이 조금이나마 풀릴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금 대구시의회 앞에서는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정의당 대구시당 장태수 위원장과 김성년 부위원장이 3·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쪼개지 말라며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거대 정당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3·4인 선거구를 2인으로 계속 쪼개려고 한다. 이들에게는 가치보다 이익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구/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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