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 박사’로 잘 알려진 오영준 박사.사진 한국폴리텍대학 제공
“장애는 열등이 아닌 다양성일 뿐이다. 기술을 통해 장애라는 편견 넘어서라.”
‘청각장애인 박사’로 잘 알려진 오영준(43) 박사는 장애인의 날(4월20일)을 맞아 기술인을 꿈꾸는 장애인들에게 이런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19일 한국폴리텍대학 등의 말을 종합하면, 오 박사는 두 살이 채 되기 전 열병과 사고로 인해 청력을 완전히 잃었다. 서울농아학교에서 수화를 배웠지만, 글을 읽거나 쓰지 못해 수업에 뒤처졌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매일 밤 형과 누나의 학습서를 독학하며 글을 익혔다.
오 박사의 남다른 학구열을 알아본 아버지는 그가 10살 때 넉넉지 못한 형편에도 컴퓨터를 사주셨다. 이때부터 기초적인 프로그래밍 언어를 익힌 그는 1997년 서울기능대학 정보기술학과(현 한국폴리텍대학 서울정수캠퍼스 정보통신시스템과)에 입학했다.
대학 강의에 쓰이는 전문용어를 독순술(상대의 말을 입술의 움직임과 표정으로 이해하는 의사소통 방법)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학과 지도교수와 학우들이 필기 노트를 복사해주는 등 그를 적극적으로 도와줬다. 그의 지도교수였던 이수형 교수(현 한국폴리텍대학 부산캠퍼스 IT융합제어과)는 “본인의 장애에 아랑곳하지 않고, 학업을 위해 집에 팩스를 설치할 정도로 학구열에 불타는 학생이었다”고 기억했다.
오 박사는 이후 각종 정보처리 자격증을 따면서 자신감을 얻었고, 장애인을 위한 기술을 직접 개발하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 그는 숭실대학교 대학원에서 2003년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카이스트 인간친화 복지로봇 시스템 연구센터에서 4년간 연구원으로 일했다. 2012년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국내 한 대기업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의 연구는 한결같이 장애인을 위한 기술개발에 향해있다. 그는 현재 장애인들이 스마트폰을 비롯해 가전제품을 좀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오 박사는 “미국에는 나와 같은 청각장애박사가 500명이 넘는다. 기술의 힘으로 장애라는 편견을 넘어, 미래 사회의 리더로 성장하길 응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폴리텍대학에는 지난 3년간 160여 명의 장애인 학생들이 입학해 기술인으로서의 희망찬 내일을 그려나가고 있다.
이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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