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민간인 통제구역인 인천시 강화군 교동도 망향대를 찾은 시민이 북녘 땅을 망원경으로 보고 있다.
섬 전체가 민간인 통제구역인 인천 강화군 최북단 섬 교동도(면적 47.14㎢)에도 ‘한반도의 봄'이 찾아왔다.
지난 1일 군의 검문을 거쳐 출입증을 받아 방문한 교동도에서는 북부 해안을 따라 길게 이어진 철책 너머로 북녘 땅이 눈에 훤히 들어왔다. 바다 건너 황해도 연백군까지 불과 2.5㎞ 남짓한 거리다. 이곳에는 한국전쟁 때 북에서 내려온 피란민들이 세운 망향대가 있다.
“끝내 고향 땅을 밟아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실향민 2세대인 송순업(54)씨는 올해 1월 88살로 운명을 달리한 어머니를 떠올렸다. 황해도 연백군 출신인 송씨의 어머니는 북에서 결혼한 남편은 물론 어머니, 언니와도 생이별했다. 송씨는 “생전에 북에 두고 온 가족과 고향 산천을 잊지 못해 괴로워하셨다. 넋이라도 고향 땅에 닿길 바라는 마음에서 유해를 인천 앞바다에 뿌려드렸다”며 눈물을 훔쳤다. 교동도에만 58명의 실향민(2세대 포함)이 거주한다.
민간인 통제구역인 인천시 강화군 교동도의 북부 해안을 따라 철책이 가로막고 있다.
하지만 이번 4·27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에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송씨는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교동도를 포함한 강화군 주민들은 이번 ‘판문점 선언’을 통해 70년 동안 막힌 바닷길과 땅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교동도 북진나루터 인근에 사는 황덕환(80)씨는 “확성기 방송이 그치고 포격의 공포도 사라졌다. 북으로 가는 길을 터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판문점 선언에 담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가 설치되면 해주 경제특구와 해주항 활용, 한강하구 공동 이용 등이 실현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한강 하구에 속하는 교동도는 수도권~개성공단~북한 해주를 잇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의 요충지다.
그래서 인천시는 인천국제공항~강화도~북한 개성과 해주를 잇는 서해평화도로(길이 80.44㎞) 건설사업과 교동평화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천지역 공약사업에도 포함된 것이다. 교동평화산업단지(면적 3.45㎢)는 남쪽의 토지·자본과 북쪽의 노동력을 결합한 형태로 운영된다. 남쪽이 자본을 투자하고, 북쪽이 토지·노동력을 공급한 개성공단과는 다른 방식이다. 해주 경제특구와 개성공단, 남쪽의 교동평화산단이 물류거점의 축이 될 것으로 시는 내다봤다. 서해평화도로를 통한 땅길과 함께 인천항과 해주항을 잇는 직항 바닷길도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하늘길도 인천에서 가장 먼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지난 2월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평양과 인천공항을 연결하는 항공 노선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열리면 남북 사이의 사실상 첫 항공 노선이 된다. 북한도 국제민간항공기구의 회원국이지만, 유엔 안보리 제재 이후 북한의 국제 항로는 대폭 축소됐다.
교동도/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 그래픽을 누르면 확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