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시민군으로 동참해 큰 아픔을 겪었던 김선옥(60)씨의 이야기를 담은 진실의 방에서 관람객들이 꽃그림을 보고 있다. 정대하 기자
“숟구락 세번 뜨면 밥이 없어요. 국물도 쌀짝 찌끌어만 주고…”
5·18민주유공자 김상집(63)씨는 지난 12일 오후 광주시 서구 치평동 옛 상무대(육군 군사교육시설) 영창에서 관람객 30여명에게 5·18 당시 겪었던 경험을 생생하게 들려줬다. 김씨는 계엄군에 맞서 싸우다가 붙잡혀 교도소로 이감될 때까지 5개월 동안 영창에서 고초를 겪었다. “방이 좁아 취침할 땐 뒷사람의 허벅지를 베고 잤어요. 각 방마다 화장실이 한 개 밖에 없었어요. 한 방 120명이 이용하려면 8시간이 걸려요.”
5·18민주유공자 김상집(63)씨가 지난 12일 오후 광주시 서구 치평동 옛 상무대(육군 군사교육시설) 영창에서 5·18 당시 경험을 들려주고 있다. 정대하 기자
5·18민주화운동 당시 잔혹한 고문을 자행했던 옛 상무대 영창이 5·18 역사 기억공간으로 거듭났다. 그동안 5·18 당시 법정, 영창 등을 재현한 체험 위주의 프로그램이 진행돼 온 이 곳에서 특별한 전시이벤트가 마련되면서 시민들의 관심이 커졌다.
광주시 5·18기념문화센터는 옛 상무대 영창에서 ‘5·18영창특별전-스물 세 개의 방 이야기’전을 22일까지 이어간다. 이 곳엔 당시 헌병대 사무실과 내무반, 영창, 법정 등 7곳의 장소를 23공간으로 구성해 주제별로 사진과 영상 등이 전시돼 있다. 관람객들은 민주인사들을 취조했던 헌병대 본부사무실과 이들을 가뒀던 영창, 물고문이 자행됐던 식당 등을 관심있게 둘러봤다. 5·18 시민군으로 동참해 큰 아픔을 겪었던 김선옥(60)씨의 이야기를 ‘무너진 스물 세 살의 꿈’이라는 주제로 담은 진실의 방도 관람객들이 오랫동안 머무르는 전시공간이다. 인천에서 온 김학주(48)씨는 “5·18 관련 기록을 당시 고문 등이 자행됐던 현장에서 접하니 울림이 더 크다”고 말했다.
광주시 5·18기념문화센터가 여는 ‘5·18영창특별전-스물 세 개의 방 이야기’전(10~22일)이 열리는 옛 상무대 영창. 정대하 기자
광주 505보안부대(쌍촌동)와 국군통합병원(화정동) 등 5·18의 고문의 상흔이 남아 있는 곳도 5·18 기억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옛 505보안대 터는 이 부대가 2005년 11월 31사단으로 이전한 뒤 8동의 건물이 빈 채로 남아 있다. 광주시는 2016년 옛 국군광주병원(5·18사적지 23호)과 옛 505보안부대(5·18 사적지 26호)를 체험과 역사교육 공원으로 만드는 조성계획을 고시한 바 있다.
5·18 당시 민주인사들을 혹독하게 고문했던 광주 505보안부대(쌍촌동)도 기억공간으로 꾸며 시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엄수경 사진가 제공
임종수 5·18기념문화센터 소장은 “민주인사들이 고문당했던 옛 상무대 영창이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어 전시회를 기획했다”며 “광주505보안부대 지하실 고문 현장도 복원하고 전시 이벤트를 통해 5·18 기억공간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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