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는 5·18 민주화운동 38돌 기념식이 열리는 동안 이슬비가 오락가락 했다.
‘초록 상의에 깜장(검정) 바지를 입은 우리 아들 혹시 못 보셨나요?”
18일 열린 38돌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은 한편의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당시 5·18 피해자와 5월 영화의 배우들이 출연해 10일 동안의 항쟁을 재조명했다.
1980년 5월 거리방송을 했던 전옥주(68)씨가 38년 만에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전씨는 또랑한 목소리로 “광주시민 여러분, 지금 우리 형제자매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여러분, 도청으로 나오셔서 우리 형제자매들을 살려주십시오”라고 외쳤다. 이 외침으로 기념식장은 오월 그날로 돌아갔다. 5월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에서 열연한 배우 김꽃비·김채희씨가 기념식의 사회를 맡았다.
“우리를 잊지 말아 주세요. 광주를 잊지 말아 주세요. 우리를 꼭 기억해주세요.”
김채희씨의 내레이션이 끝나자 ‘세상에서 가장 길었던 열흘’이라는 자막과 함께 옛 전남도청 건물에서 탐조등이 비춰지고 계엄군이 발포하는 장면이 상영됐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기념사가 끝나자 5·18 때 행방불명한 창현(당시 7)군을 38년째 찾고 있는 유가족 이귀복(82)씨의 사연이 시네라마(영화 <택시운전사> <화려한 휴가>+공연)로 펼쳐졌다.
애타는 아버지는 아들의 행방을 물으며 무대 주위를 서성였다.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군중들이 쏟아져나오는 장면이 이어지고 80년 5월의 상황이 파노라마로 비춰졌다. 희생자들을 소개하는 내레이션이 이어졌다.
“환자들을 위해 헌혈을 한 후 돌아가던 중 복부에 총을 맞은 고등학교 3학년 박금희, 총소리에 놀라 도망가던 중 벗겨진 고무신을 주우려다 총을 맞은 초등학교 4학년 전재수, 퇴근하던 남편을 기다리던 임신 8개월의 임산부 최미애, 그날의 희생자들은 이렇게 평범한 우리 이웃들이었습니다.”
아픈 기억에 이어 공수부대원의 진술을 토대로 이뤄진 암매장 발굴 현장이 나타났다. 발굴 현장을 찾은 아버지는 “니 손을 놓쳐서 미안하다. 일찍 찾지 못해 미안하다”고 울먹였다.
공연이 끝날 무렵 이씨가 무대로 올라와 추모객들한테 인사를 했다. 그는 “38년 동안 팔도강산을 다 찾아봤지만 아들은 대답도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들을 기다리다 지쳐버린 이씨의 구부정한 등허리를 바라보던 추모객들의 눈가도 덩달아 촉촉하게 젖었다.
글·사진/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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